'시'란 전부 순간들이다.

적절한 시기란 없다.

by 지비에스

나는 입대전 여러군데를 전전하며 일한 경험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운이 안 좋은 건지 아님 세상이 원래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대부분은 내가 그런 장소와 일자리를 선택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야. 죽지못해서 사는 걸 어쩌란 말이야' 사람들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당시에 나는 근무환경 보다는 돈만 많이 준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서, 건설관련 쪽이나 물류센터를 전전하며, 돈을 벌었는데, 그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말은 대부분은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그외에 내용은 아마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어른같은 어른들이란 사회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 중에 단 몇명도 찾을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이고, 설령 만난다고 해도 그 관계가 오래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한겨울에 군대에서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동안 나는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을 생각해두고 있다가 덥푹집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받아적곤 했다. 그 문장들은 하나씩 모이다 보면 나중에 하나의 '시'란 작품이 완성하게 된다.


추위 속에서 바람은 장갑을 뚫고, 손가락을 얼게 만들어 글을 쓰는데, 불편함을 느꼈지만, 난 전역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글의 재료를 이곳에서 충분히 얻으리라-는 목적으로 글을 썼기에 상관없었다.


불침번 근무를 섰을때, 피로가 몰려오면 나는 무조건 글을 썼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 무슨 취한 사람이 써놓은 글인 것 같아 당황하기도 했었다. (참고로 자는 것보다는 근무를 서는 와중에 간간히 글을 쓰는게 더 낫다고 본다.)


아. 피로가 날 집어삼키는 구나.

고요가 졸음과 벗하니. 이내 눈꺼풀에 잠을 선물하는 구나.

바라건대 그대들! 내일 밤 이곳에서 다시 만나 그 우정 이어가길.나 지금 졸음에 잠식되어, 여기 잠들 수 없나니.

그대들 슬피 울지만, 오늘 밤은 만나지 마랴.나 서로가 의지하는 밤에 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 너희들의 우정을 감히 어찌 막으랴그래!

내일 아침 우리 태양과 같이 손을 잡고 그때 잠을 청하자꾸나.

-2024.12.20


다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자연스레 넘기게 된다.


나중에 안 사실은 이게 내 삶에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것 같은데,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을 전부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난 내가 쓴 글들을 전부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지는 않는다. 내가 남에게 보여주기도 미망한 개인적인 글들을 굳이 수정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서 그 중에 나름 괜찮은 글들만 따로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만 하면 될 문제다.


그래서 나중에는 시나 간단한 글귀를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나 생각들을 같이 기록하며 이전 글보다 더 확장시켜 글을 쓰기도 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내 글을 정리하고 다시 읽어보는 계기가 생기게 되었다.






나는 텍스트를 통해서는 감정적인 것이 있으나. 사실적인 것에 더 가까워. 나중에 다시 읽으면 그때의 기억이나 생각거리를 제공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것 같다. 글은 하나의 순간들이 모인 거고, 그때의 기억은 텍스트로 저장된다는 것을 말이다. '기억의 텍스트화'는 내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는데 적절한 시기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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