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서로 이해하는 구나
해가 지날수록 내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난 어렸을 때, 아버지랑 그렇게 돈독한 사이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 내 아버지의 모습은 감정적이며 쉽게 화를 내거나, 나나 내 형을 통제하려 하며 어머니에게 가끔씩 욕을 하기도 했으며, 하루도 욕을 안 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에 치우 져진 삶을 사셨다.
나의 어머니도 아버지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으셨다. 난 그 모습을 어려서부터 쭉 봐온 입장에서 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나 원망 같은 것이 자라났으며, 방황했던 청소년 시기나 아님 성인초반에 아버지와는 서로 다른 입장 차이 때문에, 감정적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었다.
내가 작가라는 꿈을 갖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읽고, 흥미를 느껴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막 하던 중학생 시절 때, 나는 커 보이고 늘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이야기했다.
"책을 사주실 수 있어요? 정말 읽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당시 나는 형과 마찬가지로 매달 용돈을 받지 않았고, 따로 모아둔 돈도 없는 터라, 어린 마음에 그저 책 한 권 읽고 싶어.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고 간신히 내 의견을 전달했다. 반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차가웠다.
"이따위 쓰레기 같은 내용의 책을 뭣 하러 사!. 이런 책만 읽다 보면 살인자나 더 되겠어!"
당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추리소설에 빠져있었고, 다른 장르의 추리소설을 읽다-그만
영국의 추리소설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대로 추리소설 장르의 매력에 빠져 있었던 거다.
"그래! 이거다! 이 책이야!" 당시 친구도 얼마 없었던 나는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았었고, 구석에 있던 책.
이 빨간 바탕의 영어로 Agatha Christie라고 적힌 이 책은 내게 한 줄기 희망처럼, 꿈도 친구들도 별로 없던 나에겐 책이라는 것은 같은 얼굴로, 같은 어조로, 같은 분위기로 나를 소설의 미지로 데려가는 존재였다.
그렇다. 그건 존재였다. 힘없는-영혼 없는 생기 없는 사물 같은 게 아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존재였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나는 책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때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리면 그때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표정이나 그다음에 하는 말씀에 대해. 매우 겁에 질려있는 표정이었다는 것 빼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애당초 좋은 기억도 아니었고 말이다.
당시에는 그 사건으로 인해 작은 위안이라도 얻기 위해, 결국 도서관을 매일같이 전전했었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나서는 도서관에 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었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많은 선생님들꼐서 책을 추천하셨고, 그러다 보니 여러 문학작품을 읽으며, 철학이라는 것을 접하며, 어쩌다보니 쇼펜하우어의 견해를 바탕으로 한 논설문을 써. 논설문 부문으로 전교 2등을 하기도 했었다.
현재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내가 그 당시 잘한 것은 책과 글쓰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며, 지금은 아버지와 사이가 많이 좋아진 상태라는 점이다. 내 아버지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미안하신 마음인지 쓸쓸한 마음 때문이신지는 잘 모르냈지만. 후에 어머니의 말을 통해 전달받으면 그 당시 그런 말을 했던 것을 꽤나 후회하고 계신다고 한다.
옛날의 아버지는 크고, 무섭고, 통제하고, 보편적인 선을 침범해도 당연하게 여기곤 했었다. 내 아버지가 10년을 넘게 가구시공을 하셨기 때문에, 젊은 피에 너무 과한 열정이나 혈기왕성한 무엇이 있어서 아마 내 어머니와 나랑 내 형에게 그런 식으로 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어떤 경멸의 마음도, 지금은 들지 않는다.
부모 아픈 모습을 자식이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것도 나름 힘들고 안 됐다는 생각밖에 안 들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지금 과거의 기억에 계속 머무를 필요도 없고, 내 인생자체에도 도움이 안 되기에 과감히 버리기로- 과거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고, 쓰고 싶은 것은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 부모님이 더 오래 사셨으면 한다. 내 아버지가 좀 더 건강해지셨으면 한다.
얼마 전에 길을 가다 자주 넘어지셨다고 했는데, 병으로 발바닥 쪽은 감각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저 건강만 챙기시고, 그저 행복하시기만 바랄 뿐이다. 이제야 서로를 이해하고, 웃으면서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자주 느는데- 그저 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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