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채우기

내 결핍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by 지비에스

결핍은 가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하며. 추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느낀 것은 힘든 순간마다 내 결핍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그에 따라 늘 행동했던 순간이다.


일정 부분 결핍을 채운다는 것이 어찌 보면 나에 대한 보상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성장해 있는 자신보다는 더 초라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 자신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것이다. 내가 예전에는 쓸데없는 과소비를 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물건을 사고 나서 그 물건들을 사용하거나, 정이 갈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한 적 없는 물건들도 차고 넘치게 되었다. 이는 아무래도 사고 났을 때의 만족감을 얻었지만, 그 후부터는 사용성에 대한 필요성이 얻음과 동시에 크게 만족감이 올라 더 이상 의욕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다.


쉽게 말해. 욕망은 그것을 얻는 순간.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카사노바처럼 원하는 여자를 갈망하고 또 구애하지만 이내 그 여성을 얻고 난 후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섭섭함과 함께 이전에 가졌던 열정마저 사라져 버려 또 다른 여성을 모색하는 것 같은 '바람둥이'같은 욕망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과거에 채우지 못한 결핍들을 하나씩 채우면서, 정작 자기 자신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중에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잘 먹지 못하고,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자꾸 미루는 것에서부터 생긴 '결핍'은 후에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사는 즐거움을 채우고 싶어, 일부러 과소비나 과하게 음식을 사 먹고, 과하게 타인으로부터 애정을 탐하고, 무언가 끝까지 가는 법 없이, 한 번의 쾌락처럼 후폭풍이 휩쓸고 가듯이, 그것을 극단적으로 채우려는 욕망이 앞서게 되면서, 방향감각 마저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같은 경험으로 채우지 못한 결핍을 후에 채우겠다고 시도하다가 낭패를 본적이 수도 없었다.


즉, 이 빌어먹을 놈의 결핍은 죽는 날까지 쫓아오기 때문에, 우리들의 삶에는 구원이 끝내 없을 것 같고, 현재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쾌락만을 향유하다가 갈 것 같다는 죽음과도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버린다. 나는 이 같은 고립의 현상을 두고 '사는 거보다 지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말 이 놈은 내면에 증식한 괴물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나서 이 같은 '결핍 채우기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못 이룬 노인처럼 살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는 결국 내 결핍 목록이라 칭하고 그것을 적어보기로 했다.




[결핍 목록]


1. 나는 나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우월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쉽게 위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2. 왜 나는 큰 소리로 웃거나 시답지 않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면 왠지 모르게 그 대화가 의미 없는 것이라 판단되는데, 도대체 왜 끼어들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걸까?


3. 나는 내 결함에 집중해야 되는데, 남의 결함에 집중하고 있고, 지적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일까?


4. 나는 왜 내가 아는 것보다 더 크게 강조하며, 목소리를 추겨 세우는 것일까?


5. 나는 상처받는 게 두려운 것인지. 내가 하고 있는 어떤 일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떨림을 느끼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6. 왜 이타적으로 행동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이용한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이타적인 행동은 정직하지 못한 집단내에서는 그 효력이 없는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은 결핍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분명 처음 읽는 사람들은 공감되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게 과연 결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뜻도 존재한다.)


내가 나를 버티는 힘만으로 인생을 산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내가 적은 위와 같은 결핍 목록의 답을 찾아 나가면서 이것들이 왜 결핍이라고 결론 내렸는지에 대해서 한번 간단히만 이야기해 보면,


첫 번째 같은 경우는 자존감적인 무엇이 내 삶을 지탱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핍이고, 두 번째는 외로움을 느껴 생긴 기본적인 결핍이고, 세 번째는 남의 결함이 실은 내 결함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타인에게 나를 투영해서 지적하고자 하는 결핍이고, 그 밖의 것들은 전부 다 과거의 사건들로 인한 결핍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글로 써보는 것이다. 나는 그냥 머리로 이해하고 아는 것보다는 글로 적어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선호하기 때문에 이처럼 글로 내 결핍을 적고 남긴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결함을 인정한 위인들을 한 명씩 살펴보자.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그는 저서 명상록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결함과 끊임없이 싸우는 모습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그는 스스로를 알아치리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한 명의 인간이다.


2.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링컨은 평생 동안 심각한 우울증이라는 심리적 결함과 사투를 벌였다. 그의 자신감은 그의 결함을 인정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3.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반 고흐는 자신의 정신적 불안정과 사회적 부적응을 예술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방황과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여기서 그의 최후 같은 인생의 말로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는 그 자신만의 진짜 삶을 산 것이다.




과거나 환경에 의해서 생긴 결핍이나 결함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반드시 글로 적어보고, 그것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삶을 자기 자신으로 채우기 위한 첫 단계이다. 그리고 실행하고, 만약 정체기가 오면 다시 찾아보고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길은 생길 거고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럼 언젠가 진짜 길이 보일 거고, 용기가 생길 것이다. 길을 잃었다면 그 길을 완전히 알게 될 기회가 생겼으니 오히려 기쁜 일이라 생각하고 계속 걸어가면 될 것이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곧 길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_아프리카 속담







화, 목, 토 연재
이전 18화신념 하나로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