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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도시에서 봄을 기다리는 이에게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라이너 마리아 릴케

by 맘달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

by Momdal

현재기온 영하 8도. 연달아 내린 눈이 몰고 온 찬 공기에 과연 봄이 올까 싶다. 입춘이 코앞인데 일기예보는 내내 추위가 계속된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 두기를 해야 했던 때, 혼자서 쏘댕기다가 운 좋게 복수초를 본 적이 있다. 보고 싶었고 언젠가는 보게 될 거라고만 생각했던 풀꽃.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화雪蓮花, 눈을 뚫고 꽃이 피면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서 얼음새꽃, 강원도에서는 눈꽃송이. 복수초의 이름은 여러 개다. 어떻게 엄동설한에 꽃을 피워내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스스로 제 몸에서 열을 낸다고 하니 조물주의 숨은 장치가 놀랍고 놀랍다.


봄에 작고 여린 싹이 나서 무성해지는 여름을 지나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 가을, 남아있는 잎사귀마저 모조리 땅으로 떨구는 겨울까지는 일사천리다. 그런데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어디서 다시 시작하는 힘이 나오는 걸까. 어떻게 해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새해 달력을 펼치면서 나름대로 마음먹었던 것들이 한 달 새 시들시들해졌더라고 다시 시작할 힘, 봄이 북돋아 줄지도 모른다. 새봄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그것이 기적이 아닐까.


언젠가 우리가 맞이할 봄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기적을 믿는 사람이니까.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 봄은 너에게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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