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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시를 읽는 이에게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칼 폴 라인홀드 니버

by 맘달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by Momdal

이 시는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모여 한 목소리로 바쳐지는 기도다. '갬아넌 자조모임' 맨 마지막 순서다. 평온하지 못해 평온하려고,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꾸지 못해서 끊임없이 바치게 되는 기도다. 이해할 수 없는 무의미한 세계와 맞서야 하고, 희망에 기대지 않고 버텨야 하는 삶. 이 삶을 살아내려면 '되어 가는 대로 문제를 놓아둘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어려움이나 문제에 참견하지 말고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할 것. 상대가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응원하면서 지켜볼 것. 무지무지 어렵다. 어려운 만큼 기도가 절실해진다. 기도를 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지런해지고 다른 이를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루씩만 살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적어도 이 기도를 바치는 순간만큼은 평온하지 않던가!


문득 모임에 나오는 '회복자'한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어쩔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받지만 그것에 대해 무력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다음 발자국을 뗄 수 없으니까. 그의 말대로 발자국 수가 늘어갈수록 평온의 땅은 넓혀질지도 모른다. 아직 그 말이 실감 나지 않지만 '회복자'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귀담아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매일 순간순간 '위대한 힘'에게 기도를 쏘아 올리지만 정작 그 기도는 내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한겨울이 지나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심정으로. 언젠가 봄은 오게 되어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믿고. 산과 들에 생기가 돋아나듯 우리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의 봄은, 어쩔 수 없는 것에 매달려 발버둥 치지 않는 것이고 되어가는 대로 문제를 놓아두는 것이리라.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쩔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그리고 이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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