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마당세실과 정동전망대

by 맘달

월요일에 쉬는 친구하고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명동에서 점심부터 먹고 환구단을 둘러보고 시청광장을 지나 정동길로 들어섰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요란하다가 잠잠하다가 종잡을 수 없었지만 한낮의 기온은 영상으로 올라있었고 햇살은 더없이 온화했다. 덩달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다. 우리의 만남을 날씨가 늘 받쳐주곤 한다. 늘 어김없이.




#서울마루에서

전에는 없었던 것은 금방 눈에 띄는 법이다. 서울시청과 성공회주교좌성당이 마주 보는 서울마루에 김경민 조각가의 작품이 생겼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따금씩 그녀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데 엿가락처럼 늘어진 긴 팔과 다리의 가족들이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에 배시시 웃고 만다. <힐링타임>이라는 작품명이 붙어있었는데 여기 말고도 내가 봤던 열린 송현광장의 <휴식> 그것 말고도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딱 보면 바로 작가를 알 수 있는 조각을 서울 곳곳에서 마주치곤 한다.


친구는 작품 옆에 나란히 앉고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우리가 만날 때면 친구는 기꺼이 모델이 되고 그것을 즐긴다. 사진을 찍히기는 싫지만 찍기를 좋아하는 나와 찍는 것보다 찍히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환상적인 조화다. 친구가 하는 말, 모델로서의 기본은 옷차림이라고 하면서 늘 나를 만날 때는 옷차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 서울마루

#세실마루에서

국내 유일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붉은색 기와를 올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성공회성당. 조각작품도 그렇지만 건축물도 하나의 작품이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순해지고 환해지는 걸 보면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보다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크게 감동하게 된다.


우리 천주교와 다르게 성공회는. 이렇게 시작한 천주교인 우리 둘이서 성공회에서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수준 높은 행사들을 베푸는 것에 감동했던 것을 떠올렸고 올해는 수요정오음악회에 꼭 한번 같이 오기로 약속했다. 오전 근무만 하고 쏙 빠져나오기로.

세실마루에 올라

세실마루에서 성당을 등지면 덕수궁 정관헌이 보인다. 궁 안에 사는 아름드리나무들도 눈에 들어온다. 저 은행나무에도 더 멀리 느티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석어당의 살구나무도 그러리라. 오래 머물지 못할 것 같았는데. 바람이 들지 않는 지점을 찾고 보니 성당카페 <GRACE>에서 커피 한 잔 가지고 올라와도 좋았을 뻔했다. 다음에 그러기로 하고 자리를 떴다.

덕수궁 정관헌이 보인다

#정동전망대에서

왜 덕수궁 안에 사람이 없나 했더니. 월요일은 휴관이다. 인적이 끊긴 궁궐을 눈으로 훑는다. 덕수궁 뒤편으로 방금 전 다녀온 성공회주교좌성당과 영국대사관이 보이고 그 뒤로 하얀 기둥 같은 (구) 러시아공사관이 보인다. 더 멀리 뒤쪽도 보이는데 시네큐브 광화문에 있는 22m의 해머링 맨도 보인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35초마다 한 번씩 망치질을 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쉬는 조각상이다. 우리네 고단한 삶을 잘 묘사해서 좋지만 그 적나라함 때문에 싫기도 한 작품이다. 좋음과 싫음은 늘 공존하고 그런 분별도 삶과 공존하고 있다.

전망대에 포토존도 생겼다

정동전망대는 평일 1시 30분부터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이곳은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는데. 우리가 만난 날과 시간이 한산할 것 같아 올라가 보기로 헸다. 유튜브 보고 왔다고 엘베에서 누가 큰소리로 떠든다. 자리에 앉아 텀블러에 담아 온 히비스커스를 나눠 마시고 있는데 금방 어수선해졌다. 이게 웬일. 커피 가져가라는 마이크 소리가 요란했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도 모자랄 판에 도떼기시장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좋은 곳을 망치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이었다. 유튜브는 정치만 망치는 게 아니라 좋은 곳도 망치고 있었다.


우리 그만 나가자! 차라리 나가서 걷자!!





날이 풀리면 본격적으로 쏘댕기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때는 꼭 중간지점에서 만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새벽부터 만나 하루 여행을 떠나게 될 테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