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에서 청계천 매화거리까지
"이게 웬일이야?"
"눈이야, 눈..."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다. 그 골목에서 생선을 굽고 있던 아저씨가 좁게 뚫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마디를 보탠다. 산불 났을 때 저 남쪽에나 좀 내릴 것이지, 하고는 다시 집게든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생선을 뒤집는다.
정말, 날씨 한번 요란하다. 나무들이 타들어 가고 어르신들의 집이 잿더미가 된 모습을 보고 마음을 졸였던 요 며칠, 생선 굽는 아저씨도 마음이 타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아저씨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추워서, 배고파서, 아저씨하고 눈이 마주쳐서 그만.
오늘 가려던 곳은 청계천매화거리였다. 꽃보기만 좋아하는 나는 매화나무라고 하는데 매실나무라고 부르는 친구는 매실액과 매실장아찌를 만드는 사람이다. 꽃이 피면 꽃을 보고 꽃이 지면 열매를 보는 건 둘 다 같은데.
난데없이 내린 눈, 그리고 바람이 거칠어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펼쳐 머리에 둘렀다. 이슬람 여인들처럼. 두바이 가서 찍었다던 친구의 사진이 떠올랐다. 히잡과 이슬람사원과 파란 하늘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사진. 생선구이 골목에서 스카프를 둘러쓰면서 뜬금없이 그 사진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연탄불에 생선을 얹고 적당하게 구워내는 고단한 삶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나는 사진작가라도 된 듯 담고 싶어졌다. 골목은 내국인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아서 나도 그들처럼 이방인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생선구이 가게 빼고는 시장은 쉬었다. 시장 사람들은 다음날 삶의 현장으로 나오기 위해 각자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쌓아놓은 물건들을 야무지게 비닐을 덮고 끈으로 묶었는데 가게들의 정막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동대문구에서 성동구, 용답역으로 넘어왔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하대서 용답역에서 신답역까지 이어지는 하동매화거리를 작년에도 와보긴 했었다. 눈도 오고 바람도 불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 이왕 온 것 눈팅이라도 하자고 마음이 모아졌던 것이다. 뜨아를 쥐고도 손이 시려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그냥 가자로 마음이 바뀌었다.
"이러다 감기 들겠네, 집에 가자! "
귀가 바빴다. 소리가 많아서. 차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소리의 천국이었다. 청계천 따라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으려고 했던 야무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매화향기를 맡은 것으로 만족했다. 눈꽃과 봄꽃이 어우러진 이상야릇한 조화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모르겠다. 널뛰는 날씨를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다.
문득 드는 생각. 봄이 와도 봄 같은 일상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온기가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YTN이 그런 걸 전해주려나.
집에 돌아오니 하늘이 쨍해졌다. 날씨 한번 짓궂고 참 요란했다. 언제까지 이러려나. 내일이면 새달, 4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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