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2. 2022

겨울 아침의 빨간 열매, 커피 그리고 로맨스

오늘도 제법 추운 날씨인가 봅니다. 창밖의 하늘은 약간 흐리고 멀리 앙상한 나무가 내려다보이는 갈색의 풍경은 조금 썰렁한 느낌입니다. 베란다에서는 백량금의 빨간 열매가 아침을 맞이하고 있네요. 이 추운 겨울에도 초록 잎과 붉은 열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실내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여유 있게 익어가는 것일까요? 문득 화분을 처음 만들었던 그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집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초록의 잎 사이로 붉은 열매가 인사를 합니다. 오늘도 인사를 나누며 바라본 빨간 열매는 굉장히 진한 색감이네요. 미세한 파란빛이 감도는 느낌도 드는 검붉은 색이 강렬합니다. 아름답고도 산뜻한 모습을 이쪽저쪽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시선을 조금 달리했을 뿐인데 그 모습도, 색깔도, 느낌도 달라지는군요. 조금 더 빛을 받으니 조금 더 반짝이는군요. 빛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아름다운 변화를 보면서 새삼 태양빛의 소중함도 함께 느껴보게 됩니다. 무성한 초록 잎 사이에서 세 자매가 기지개를 켜며 이제 일어나려나 봅니다. 그런데 아직 잠이 떨 깬 듯도 하네요. 일찍 일어난 언니들은 벌써 아침 단장을 마친 듯 조금씩 밝아지는 햇빛을 느끼며 붉고도 산뜻한 미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 듯 달려있는 그녀들은 뭔가 힘찬 울림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앞쪽의 열매에는 지난 꽃술의 흔적이 남아있군요. 문득 배꼽이 생각나며 속으로 웃게 됩니다. 그녀들은 뒷모습도 아름답네요. 조금 더 진한 색감으로 반짝이는 모습에서는 씩씩한 느낌도 듭니다. 빛에 따라 약간 주홍색이 많아진 붉은 모습은 조금 더 따뜻한 느낌이 드는군요. 뭔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도 보게 됩니다. 정감 어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시선과 함께 마음도 따스해지는군요.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기로 합니다. 마른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원두의 마른 향이 젖어가며 진한 향이 되고 조금씩 퍼져오더니 이내 주변에 가득해집니다. 머그잔에 가득 담긴 진한 갈색의 커피는 어떤 유혹 같습니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하얀 김에 배인 향기는 매혹적인 간질임 같고요. 그 잔잔하고도 뜨거운 속삭임에 천천히 넘어가기로 합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느낌에는 저절로 미소가 집니다.       


오늘 아침에는 모차르트를 들어야겠습니다. 그녀들과도 함께 듣고 싶어 커피 잔을 들고 베란다로 다가갑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은 언제 들어도 맑고 투명한 느낌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듯도 하고요. 백량금의 빨간 열매와 뜨거운 커피 그리고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로맨스가 있어 더욱 편안한 휴일 아침이네요.        

이전 13화 첫눈이 내리는 겨울 아침의 즐거운 열매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