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기를 간절히 원했던 날들에게
공중을 날아오를 때는
비장한 각오라든가
기적이라든가 하는 말은 거두자
표적이 되는 것
혹은 표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
양쪽 모두 동일한 감정으로 치닫고
이미 시작된 속도에 휘말려
어디든 튕겨 나가는 발랄함을 지녔다
자주 빗나가는 실수가
땅에 곤두박질치고
다시 한번만
실격을 기회로 만드는 재주가 탁월해서
화살을 거머쥐고 회전판을 향해
실력인 줄 알고
기준의 잣대는 자주 너그러워졌다
잠깐의 규칙은 바람을 가르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공중은
돌이킬 수 없다
선을 긋는다는 것
혹은 선을 넘는다는 것
양쪽 모두 동일한 출발점에서
가슴을 위로하고
둥글게 다가오는 정오의 시계처럼
예상 가능한 여름은 오지 않는다
설레임은 예고 없이
무례한 이벤트를 가져온다
목표물은 늘 무서웠다
꽝이 걸릴까 봐
물이 넘칠까 봐
여름이 둥글게 보이는 것은
물체를 튕겨내기 때문일까
꽝을 숨기고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판은
행운의 열쇠를 쥐고
언제라도 기적이 올 것처럼
경쾌하게 돌고
나는 설레이고
언제라도 행운을 잡을 것처럼
인생은 한방이라고
몸을 던지고
물에 잠기고
한 번 꽂히면 죽어라 달려드는 참 좋은 버릇
어디라도 꽂혀야 하듯
어디서나 튕겨 나올 수 있는
땅에 떨어진 사람들
사선으로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불어나는 사람들과
넘쳐나는 물의 속도로
표적은 단단한 고딕체였어 각을 세웠지
여름의 한 철은 뜨거웠던 착각
균등해 보이는 회전판은 가짜였는지도
꽂히기를 간절히 원했던 날들에게
우리는 잠시 신이 되었는지도*
*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유희경의 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