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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Dec 08. 2023

뽀삐는 잘 지내나요?

엄마의 껌딱지가 되다.



지금 뽀삐는 어떻게 지내나요?



작년 이맘때즈음이었나 보다.  브런치를 통해서 출연 제안을  받고 뽀삐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다큐로 찍은 후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총 4부작으로 만들어진 뽀삐와 우리의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50만 명 이상의 많은 분들이 시청을 해주셨고 너무나도 많은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전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사실 댓글들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댓글로도 공감과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자기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노견의 뽀삐를 잘 보살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다.


1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19살이 된  뽀삐의 근황을 무척이나 궁금해하셨고 개인적으로 sns로도 연락이 왔다.

영상을 찍을 당시 18살 노견이었고. 치매가 와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에  충분히 뽀삐를 기억하고 하는 생각에 소식을 듣고 싶으셨을 것이다. 조금은  뒤늦게 뽀삐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뽀삐의 응원의 말들. 감사합니다. : )



뽀삐는 이제 한 달만 있으면  20살이 된다. 사람 나이로 100살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 뽀삐.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동안의 외모를 가진 뽀삐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하다.

기나긴 시간들을 밤을 새우며  벽 보고 짖는 행동과 낮과 밤이 바뀌어서 계속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행동들이 신기하게도  많이 사라졌다. 물론 치매가 완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밤새 짖다가 지쳐서 잠드는 증상이  많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노견이 되면 식욕도 떨어질 법도 한데 오히려 작년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 규칙적인 루틴이 생겨서 예측이 되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정확한 식사시간에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가벼운 산책을 하며 어쩌면 가장 뽀삐 인생에서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 정도이다.





         구석에 숨어서 생활하거나 아빠 옆에만 붙어서 지냈던 과거의 뽀삐.



그중 뽀삐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현재 나와 둘도 없는 찐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쓴 글을 보면 알겠지만 오랜 시간 방에 숨어서 지냈고 오직 아빠 곁에만 머물렀다. 나만 보면 왕왕 짖고 근처에만 다가가도 작은 몸을 들썩일 정도로 경계하고 싫어했던 뽀삐는 지금은  반대로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껌딱지가 되었다.

작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뽀삐와 나와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뽀삐는 본능적으로 보호자가 나란 것을 눈치를 챈듯하다.


심리학자이자 개인지 분야의  권위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박사가 쓴 책 '개의 마음을 읽는 법'에서 예전에 본 글인데


‘개와 눈을 맞춘다는 것은 관심을 주는 것과 같다.’


개는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애원하고 기댄다고  한다

개는 상대가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집중하고 있는가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늘 나의 시선은 뽀삐를 향해 있다. 움직이는 행동에 눈이 따라 움직이고 사소한 행동에도 불편하지 않게 보살펴준다. 그렇게 뽀삐와 수많은 눈 마주침과 반응을 하고 표현을 해서 뽀삐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특히 배가 고플 땐 본인이 나만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눈 맞춤을 한다. 그 눈빛을 피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나에게 불꽃 눈빛을 쏜다.

작년보다 밥도, 간식도 훨씬 잘 먹어서 살도 조금 더 찌고 기력도 좋아졌다.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인지하고  밥그릇 앞에서 줄 때까지 떼를 쓰며 짖는 소리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날이  찾아오겠지.

여전히 닭가슴살을 삶고 사료를 불리고 으깨고 귀찮아 보일지라도 한 번도 정성을 들이지 않고 허투루 밥을 준 적은 없는 것 같다.

밥돌이 할아버지가 되어 먹고 자며  즐거운 노년시절을 보내고 있다. : )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뽀삐. 우리 참 친해졌다.



안녕, 그리고 안녕 2

두 번째 보호자가 된 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낯선 환경. 새로운 보호자. 그리고 사라진 주인. 지나고 생각해 보면 뽀삐도 얼마나 적응하기 힘이 들었을까.

이제는 불안함 없이 편안하게 마지막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도 더 곁을 챙겨야겠다.


하루종일 내 곁에서 머무는 뽀삐. 그리고 그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큰 변화에 대해서 '안녕 그리고 안녕 2'에서 소소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작년과는 너무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이 과연 어떻게 비추어질지도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뽀삐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잊히지

않게  마음에 용기를 내어 다시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아직도 너무나 서투른 글 솜씨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분들이 제  브런치를 찾아와 주셔서 따뜻한 말을 전해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매주 금요일에 뵙도록 할게요!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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