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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Jan 20. 2024

또다시 셋에서 둘이 되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세입자분을 바로 만나게 되었다. 서울 시내 중심가이며 지하철 역 앞이기도 하고 주변에 편의 시설 또한 잘 되어있어서 바로 계약이 되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셨다.

아니요! 아니요!  나는 잠시만 살다가 다시 돌아올 거어요라고 속으로만 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잠시만 나와서  지내다가 다시 원래 집으로 들어올  생각이었으니!

생각보다 빨리 집이 계약이 되다 보니 정말 이사를 가야 하는 건 맞네.

잠시이겠지만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

 서울과 지방 두 집을 왔다 갔다 하는 반반 살이가 될 거니 첫 번째  교통이 편해야 하겠고 적당한 인프라도 있어야  할 테고. 지내는 동안 조용한 곳이었으면 좋을 거 같고…한두 개 따지다 보니 도저히 어디서 살아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이곳저곳 알아보니 내가 살던 집이 제일 나은 것 같고. 그냥 안 간다고 할걸  그랬나 봐. 뒤늦게 후회도 되기도 했다.

그래도 뭐 잠깐이니깐. 나는 잠시 머무르는 곳에

집중을 했다.

일단 내가 머무르는 시간이  남편보다는   많을 것이고 내 만족도가 커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히 찾아봤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임장을 다녔다.






뽀삐야 ! 너도 이사온 집이 마음에 드니?  
하루종일 하늘에 물감을 풀어놓은 다양한 색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여러 군데 집을 알아보던 중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에  떠 있는 듯 탁 트인 뷰가 있는 집을 찾게 되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한눈으로 볼 수 있고 하늘의 색 변화를  그대로 눈으로 담을 수 있는 집이었다.  모든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도 멋졌다.  근처에는 큰 호수공원이 있어 매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조용하고 한가한 분위기가  내 정서와도  잘 맞고 특히 주변 곳곳에  공원이 많아서 노견 뽀삐도 잠깐 내려놓고 산책을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우아. 여기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당장 그날 바로 계약을 했다.


20년을 넘게 살았던 서울을  절대 벗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만 벗어나니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임시로 1년 정도만 살면 어떨까 생각하고 계약한 집에서  삶의 만족도가 커  어느덧 지금 이곳에서 3년째 살고 있다.







남편은 부모님이 계신 아파트 방 한 칸을 집을 지을 동안 본인의 숙소(?)로 지내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부모님은 둘이서 살다 셋이 되었고 나는 셋이서 살다 둘이 된 셈이다.

딸과 아들이 아닌  사위가 장인 장모와 한 집에서 살게 되는 희한한 모습이 되었다.


일처리가 빠른 남편은 머릿속의 디자인을 하나둘씩 꺼내어 여러 가지 집 모양을 구상을 하기 시작했고  운 좋게 위치와 괜찮은 가격의 좋을 땅을 사게 되었다.  그 뒤엔 부동산을 하시는 엄마 아빠의 도움이 있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두 곳에 집을 짓게 되었는데 한 곳은 부모님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에 작은 건물을 짓고 , 한 곳은 30분 거리에 있는  분지로 이루어진  햇살 좋은 시골 마을에  우리가 살 집인 2층 전원주택을 짓기로 했다.  

사실 맨 땅에 머릿속에 있는 집을 짓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남편은 직업 특성상 본인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이기도 하고 경험이  많아서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로  얼마든지 원하는대로 디자인해서 구연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스스로 건축 도면도 치고 제작, 감리까지  해 낼 수 있기에  많은 부분에서  금전적으로도 절약이 되기도 했다.

집중해서 할일이 많아졌기에  어머님 생각이 날 틈없이 일에 몰두 할 수 있었다. 또 부모님이 옆에

계시니 더욱더 다른 생각으로 빠질 틈이 없었다.

제일 힘들었던 시간들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치유하지 않았을까..? 나는 뒤늦게 최근에 깨달았다.



기존 집을 허물기전. 계곡을 품은 주변의 풍경들. 여기에 우리가 살 2층 집이 지어질 예정이다.






나의 결혼 생활이  주말부부로 지내는 날을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떨어져 지내면 아무래도 멀어지지 않을까? 마음이 변하진 않을까?  나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잡 생각들이 들기도 했고 어머님이 아프신 기점으로 유독 많이 다투어서 서로가 서운한 감정들을 쏟아냈기에 떨어져 지내는게  내 입장에선 더 독이 될것만 같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와 남편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낯설었고 불안했다.


싸우고 화홰하고 반복을 하더라도 같이 있어야 빨리 회복이 될텐데 당분간 떨어져 지내는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예술가들은 원래 고독해.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해! 라며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이 으쓱하며 말하곤 하지만 나는 사실 혼자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안녕, 그리고 안녕 1의 6회 참고)   

그래서 처음 주말 부부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 즈음  초조하고 불안이 조금씩 찾아들었다. 그리고 언제가 그 끝이 될지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깊은 속 마음은 정말! 혼자 있기 싫었다.




https://brunch.co.kr/@cda9c5bbd0234c6/6

 

 삶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기도 하고 때론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러하다면 그 상황에 맞게 적응은 해야겠지만, 태연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참 싫었다.


아, 물론 이제는 혼자는 아니긴 하다. 나에겐 뽀삐가 있으니까. 1년간 친해진 뽀삐가 곁에 있으니 그래도 혼자였을 때보다는 훨씬 더 무섭거나 외롭진 않겠지.

남편의 껌딱지였지만 나와 그동안 많이 친해졌기 때문에 뽀삐는 분명 나와 둘이 지내도 잘 적응을 할 거라 믿었다. 남편이 짐을 싸서 내려간 첫날엔 무덤덤하게 뽀삐도 나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고  뽀삐는 아빠가 집에 없는 눈치를 챈 것인지 잘 있다가도 나를 바라보며  짖기 시작을 했다. 안아도 보고 간식도 먹여보고 산책을 시켜도 그때뿐이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이 무언가를 말하듯이 짖었다.

너는 나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뽀삐야 너도 아빠가 보고 싶은 거야?

 아빠는 5일 있어야 와.

제발 짖지 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뽀삐와 나는 둘이서 매일 긴긴밤을  꾸역꾸역 버티며 다시 찾아오는 아침을 맞이했다.



나랑 있을때와 아빠 왔을때랑 표정이 너무 다른거 아니니? 남편이 오면 웃으면서 자는 뽀삐 할아버지. 너무 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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