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팝콘이 펑펑 터지고
밤에는 조명이 낭만을 발사합니다
특별한 맛집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은 이틀간 푸드 트럭이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바람결에 여인의 머릿결처럼 나부끼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너무 일찍 터트린 벚꽃들에 푸드 트럭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파리만 날렸답니다. 올해는 과연 문전성시를 이룰 것인가 D데이 -3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청주는 흔히 노잼 도시라고 합니다만 알고 보면 대전도 자칭 노잼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눈을 씻고 꺼진 불처럼 다시 보면 곳곳에 숨은 역사의 자취들이 있어 캐는 재미란 독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음사의 세계전집 목록에 있는 '야성의 부름'에서 문명과 본능은 공존할 수 없음을
벅이란 개로 보여줍니다. 개의 시선에서 인간들은 황금에 눈먼 욕망으로 목숨을 잃는 욕망을 지닌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청주는 중간계에서 독특한 문화유산이 형성되어 캐면 캘수록 찾는 기쁨이 있답니다.
청주의 젖줄이라 할 무심천은 마음이 없는 천이 아닙니다. 알고 보면 욕심을 모두 비운 도덕경의 상선약수, 장자가 말하는 지혜보다 밝은 명일지도 모릅니다. 이곳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벚꽃 엔딩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수많은 벚나무들이 옥수수알을 가지마다 장전한 사단입니다. 제때 방문하는 시민들의 가슴에 팝콘을 쏠 것입니다. 작년에는 부모님과 함께 했습니다. 남녀노소가 천진한 심장이 되어 해사한 미소로 무심천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았답니다.
전국에 소문난 맛집인 무심천보다 더 분홍의 기운이 가득한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복사꽃보다 살짝 옅고 벚꽃보다는 짙은 분홍의 향연에 동참하시렵니까. 살구꽃 팝콘 맛집이 어제 봄비로 막 개점했습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오래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날씨가 도와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문명이 발달했다 해도 아직 날씨 조작은 극히 작은 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석판리가 발원지인 가경천은 개신, 죽림, 성화, 복대를 아우르다 석남천에 합류하는 지방하천입니다. 이곳에 팝콘 맛집이 있습니다. 저는 벚꽃 팝콘보다 살구꽃 팝콘을 훨씬 더 많이 즐겼습니다. 그 오묘한 색이며 가경천을 향해 온몸을 구부리는 그 애천심이 눈물겹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주 주말은 가경천 낭만의 거리가 눈부시리라 예상됩니다. 이곳 데크를 걷기만 해도 없던 낭만이 돋아날 것이라 장담합니다.
팝콘 좋아하십니까. 달콤한 캐러멜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을 보는 재미는 참 달달합니다. 이번 주말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마음의 곳간을 채울 살구꽃 팝콘을 만끽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가경천의 살구나무들은 봄비로 목욕재계하고 꽃몽오리를 가슴 한가득 장전한 채 시민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번 주말이 기다려지는 수요일, 팝콘 즐길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멈출 줄 모릅니다. 사춘기도 오춘기도 휘둥그레질 가경천으로 벌써 마음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겨우내 가슴이 시렸던 분, 낭만은 개뿔이라 치부하던 분, 내 안에 잠재된 하트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분, 몸이 아파 만사가 시큰둥하는 분, 내일은 없다 오늘에 사는 분, 남들 다하는 꽃구경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분은 이번 주를 비워 두시기 바랍니다. 오감이 뚫릴 팝콘 맛집이 여러분을 두 손 나팔로 부르고 있습니다. 들리십니까, 저 고소한 소리가. 인생 뭐 없을지도 모릅니다. 살구꽃 팝콘 즐기면서 봄을 즐기는 거죠. 이번 봄은 다시는 오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