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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부재를 앓는 시간

사라진 사랑이 장마처럼 스며드는 순간

by 은후

<분홍>



http://www.ystoday.co.kr/news/393954


환상통



우기에는 내 안의 그가 일기예보처럼 떠오른다

팽이를 돌리는 심장의 특보가 요란해진다

그를 찾았다는 안내 문자

종알대는 초여름의 봉숭화를 톡 터트리면 소나기가 내리곤 한다

우산 허리를 감싸 안은 그가 여름 속으로 뛰어간다

그의 향기가 시나브로 스며든 한때가 두근거린다

시계가 고장 나도 다정한 온기가 그리운 걸까

얼굴에 키스 세례를 서슴지 않는 여름의 팔뚝을 잘라도

그가 멈추었던 시계 초침 소리가 돌아간다

우기가 시작된다

잃어버린 그가 일기예보처럼 찾아온다




시 코멘트


『환상통』은 이미 떠난 사람의 흔적을, 몸이 기억해 내는 ‘통증’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듯 느껴지는 누군가의 향기, 온기, 숨결. 그것은 여름 장마철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고, 마음 깊은 곳을 적셔갑니다.


시 속 "그"는 이제 곁에 없지만, 팽이를 돌리는 심장, 소나기를 부르는 봉숭화, 우산을 함께 쓰던 여름의 풍경 속에 스며 있습니다. 환상통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사라진 사랑이 몸에 남긴 습도 높은 흔적입니다.


시간조차 멈춘 것 같은 상실의 순간에도, 그리움이 되살아나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장마가 시작되듯, 그의 부재도 예고 없이 스며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아픔을 다시 껴안은 채, 이 여름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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