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과 익명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어둠에서 더 선명한 흑과 백>
https://www.cminnews.com/news/866331
이틀이 멀다고 찾아오는 그가 있다
흐릿한 얼굴로, 그림자로 살뿐
알 수 없는 문장으로 나를 넘나 든다
띵동,
인사도 없이 또 다녀가는 그
가끔 변덕을 부리거나 까탈스러운 그녀에게
한결같이 찾아온다
그녀가 모처럼 쉬라고 태그를 건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야수의 페로몬이 앉아 있다
채 지워내기도 전에
또 다른 그녀들이 그를 찾는 주문이 밀려든다
까딱거린 건방진 주문에도 총알처럼 달려오는 그가
오늘의 선물상자다
현대 사회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이웃’은 색다른 모습으로 예고 없이 아늑한 공간 속으로 다가오곤 한다.
익명과 실명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같기도 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호출하고 호출당하기도 하는 이웃은 나이기도 하고 타자이기도 하다.
♧ 삽화 :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