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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

가방 속에 담긴 삶의 흔적과 이별

by 은후

<사무친 보라>


가방을 완독 했습니다


https://www.cosmiannews.com/news/371054




어둠 속에 유배당한 그가 구석에 돌돌 말려 있다


직사광은 말보로 그린

가시선은 차이코스 맥스


숨 대신 니코틴으로 연명하는 그의

오래된 기도가 라이터를 켠다


넘보라살에 호흡이 내맡겨진 주말 오전

가방이 펼쳐진다


한때 춤추는 신선나비가 눈썹 뼈를 슬던 때가 있었다


갓 태어난 보금자리에서 무료한 조명이 꺼지고

한숨을 훔치는 밤꽃이 올라탄 적도 있었다


오는 떨림에 미소로 강아지 귀를 만들고

슬픔을 안주머니에 숨긴 서사가 마지막 손톱에 닿는다


까마득한 몇 해를 피부 깊이 들이마시고

깨어나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나는 그는


가방의 문장을 완독한 것이다





<시 노트>


시 「가방을 완독 했습니다」는 가방을 삶의 은유로 삼아 고독과 중독 속에서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떠나는 한 인물의 내면을 그립니다.


과거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고통을 교차시키며 ‘완독’은 곧 삶의 마침표를 의미합니다.


독자님의 가방 속엔 어떤 문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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