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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입은 날에 들려오는 이명도 화상

한겨울 뜨거움을 뒤집어쓴다는 것

by 은후

<빨강>


화상




굴절된 속을 커진 동공이 먼저 삼켰다


불붙지 못한 말들이 흔드는

붉은 물레타

조용히 물고 있던 모니터


입술이 먼저 델 줄 몰랐다

손보다 빨리 눌린 스페이스바

잔상은 재가 되기 쉬웠다


블루라이트 아래 달뜬 이모티콘

탈색된 바다


부르튼 눈썹들 쪼그라들고

물수제비가 비튼 농담이 파도에 꺾인

의문 부호를 데려왔다


핫플레이트가 뱉은 불안한 체온 위로 맴돌던 이름,


너는 몰랐다

꽃은 잎으로만 피지 않는다는 걸

먼저 타들어가는 게 뿌리란 걸


지워지지 않아

종종 제 살 찢어 탈고하고

남지 못해 낮은

구름 뒤편에서만 붉히는


엇갈린 물음 몇 방울이 덮은 마침표

기댄 채 웃고 있던 비밀 하나가 차갑게 누웠다


그날,

“화상"이라는 말이 두 번 울렸다

한 번은 표정 사이,

닿지 못해 갈라진 모래알에서

또 한 번 터졌다


텅 빈 해변이 뒤집혔다

작살처럼 뻗은 시선 끝에서

꽃이 피어오른


#화상

#의문부호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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