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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7. 2023

실패한 직원 교육

중소기업에서 독서모임하기

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직원 교육에는 어떤 게 있을까? 제조 현장에서 익히는 실무 경험을 제외하면 별도의 교육연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온라인/오프라인 연수를 필수로 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작년 여름 우리 회사는 직원 교육의 일환으로 '도서 지원 제도'를 만들었다. 직원이 원할 경우 한 달에 책 1권을 구입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회사가 구입한 책을 받은 직원은 직원 간 모임을 통해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1~2분 내외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1.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나가는 것2. 타인 앞에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를 본 제도의 목적으로 설정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회사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책만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단서조항을 붙여뒀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직원들이 너무나 싫어한다는 거다. "이런 걸 시킬 시간에 직원 복지 증진에나 신경 쓰라고 해!"라고 반발하는 직원도 있었다. 도서지원도 복지의 일환인데, 영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복지를 제공하려는데, 복지에나 신경 쓰라는 핀잔을 들은 셈이다. 




내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온라인 독서 연수과 같은 개념이었는데,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객관식,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풀어야 했다. 출석체크와 같은 조건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점수 커트라인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고 답을 제대로 제출해야 임무가 끝났다. 미션을 제시간에 완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용을 다시 뱉어내야 한다는 강제조항도 달려있었다. 


당시 직원들은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다. 비용을 몇 배로 물어낼 수도 있는 강제조항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열리면 책 한 권을 받기 위해 많이들 신청했다. 회사 내 동호회를 구성하면 활동비 지원을 받을 수가 있었는데, 이 방법으로 다 같이 책을 사서 보기도 했다. 퇴근 후 개인시간을 할애하는 오프라인 강의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히려 회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를 제지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나 또한 그 회사를 다니면서 책 지원을 받으려고, 회사 비용으로 교육을 들으려고 스스로 정말 많이 노력했었다.




공공기관과 제조업의 분위기가 달라서일까? 도서지원제도를 반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려고 몇가지 시도를 했다. 먼저, 사내 복지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평소에 독서를 잘하지 않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것조차 막막해할까 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링크를 공유했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산업분야 책 1권, 요즘 인기 있는 인문/심리학 책 1권을 각각 추천도서로 제시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1만 원도 추가로 증정했다.


처음 몇 달간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독려한 탓에 어느 정도 신청자가 있었으나, 점차 저조해지다가 결국 나를 포함한 두세 명의 사람들만 신청하게 되었다. 행정 처리에 비해 제도를 운용하는 실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 결국 제도를 폐지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권 책도 받고, 서로 읽은 책 내용도 교환하고, 상품권도 한 장 받고. 나는 참 좋았는데... 모두가 원하지 않는 복지라면 없어지는 게 맞는 거겠지...


사내 홍보용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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