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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Sep 27. 2023

이번달 탕비실 과자가 모두 사라졌다.

한박스가 3일만에

우리회사는 한달에 한번 과자를 주문한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직원들이 간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런데 이번달은 배송온지 3일도 지나지 않아 탕비실 과자가 모두 사라졌다. 에너지바 한 박스는 어디로 간걸까. 모든 직원을 다 더해봐야 20명도 안되는 작은 기업에다가, 과자류를 먹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닌데말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에 회사에서 비용절감을 하려고 하면 기분이 안좋았다. 에어컨을 못틀게 한다거나, 탕비실에 싼 커피만 사다둔다거나 그러는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꼭 작은것에 집착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서 직원들의 마음을 잃게되면 결국 소탐대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관리자가 된 지금은 회사 탕비실에 비품에 가급적 제한을 두지 않고있다. 


매달 컵라면, 컵시리얼(콘푸레이크), 콜라, 우유, 소시지, 에너지마, 쿠키(초코파이 등)류를 주문한다. 원두를 갈아서 추출하는 커피 머신에는 스타벅스 원두를 두었고, 캡슐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캡슐 커피 머신을 별도로 뒀다. 녹차만 마시면 지겨울까봐 티백 종류도 3~5종류를 유지중이다. 날씨가 더울때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채워두곤 했고, 가끔은 배달을 시켜서 카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누구나 아무때나 배고플 때 먹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된다. 


경영관리팀에서는 평소 소진되는 양을 감안해서 사원급 직원이 한달에 한번 적정량을 주문한다. 관리상 편의를 위해 정기적으로 예산에 맞춰 한번에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주문하면 한달이 지났을 때 약간 남기도하고, 약간 모자랄때도 있다. 그래도 딱 한달에 한번씩 주문하는 것으로 기준을 삼았다. 관리팀 막내 사원이 탕비실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적당량을 한달에 한번 주문하면 그걸로 그뿐, 최대한 일을 더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3일만에 한달치 간식이 모두 사라지면 좀 난감하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탕비실 간식인데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 일로 별다른 제지를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대신 탕비실을 바로 채우지도 않을 생각이다(이건 우리팀 담당직원의 생각이라 존중해주기로 했다). 다음달 원래 간식을 주문하기로 되어있는 시점에 새로 주문할 것이며, 그때서야 새로 채워질 예정이다.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이용에 제한을 두게 되면 다수가 불편해지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용 물건을 '적당히' 사용한다. 이번 일은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가고, 모두에게 즐거운 간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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