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Oct 02. 2023

중소기업에서도 대기업 수준 복지를!

중소기업복지몰 왜 안 쓸까?

대기업은 대부분 복지몰을 갖고 있다. 임직원들을 위한 자체 플랫폼을 이용하면 여타 일반 쇼핑몰 대비 좀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다. 요즘은 사실 임직원몰 메리트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고 한다.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서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복지몰 특가가 제법 매력적일 때가 있는데, 그래서 하나의 선택지를 더 갖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상황에 따라 나에게 더 유리한 옵션을 고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현대이지웰을 사용했었다.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는데, 회사에서 주는 복지포인트를 편하게 쓸 수 있다 보니 가끔씩 소형 전자제품을 살 때 활용했던 것 같다. 



중소기업에서도 대기업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리세요.



이것이 중소기업복지몰이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이다.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은 쉽게 말해서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공간이다. 쇼핑 플랫폼이기 때문에 여행, 휴양, 취미생활, 전자제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다른 쇼핑몰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제법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있었다. 회사에서 법인명으로 경조사 화환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복지플랫폼에서 구입하면 10만 원짜리 화환을 6만 원에 보낼 수가 있었다. 


중소기업복지플랫폼 주요 서비스



내가 개인적으로 이용하면서 특히 좋았던 건 야놀자, 아고다와 같은 숙박 플랫폼을 9~10% 정도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야놀자 플랫폼을 비교해 보면 일반적으로 접속했을 때와 중소기업복지몰을 통해서 접속했을 때에 가격 차이가 있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접속 링크로는 9%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여행 갈 때마다 이 정도로 절약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중소기업복지플랫폼에서는 내가 예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현대이지웰과도 연동이 되었는데, 현대이지웰을 이용하는 대기업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복지플랫폼에 가입했다.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도 이런 복지몰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 끝에 먼저 이리저리 사용을 해보다가, 기업회원으로 가입을 했고 직원별로 아이디도 부여했다. 가입과 이용에 관한 친절한 설명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고민하고 진행했다. 복지몰에 그냥 접속해서는 이게 뭐가 메리트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있는 상품군에 대한 안내도 별도로 진행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개설한 건데,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왜 이용을 안 할까? 


반년이 지나서 복지플랫폼에서 조회를 해보니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근로자를 위한 복지라고 생각해서 기획한 건데 이용을 하지 않는다니 기획자 입장에서 조금 김이 빠졌다. 막내 직원은 여행 다닐 때마다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알차게 이용을 하는 직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초 1회 접속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복지포인트


복지포인트를 제공하면 이용률이 올라갈까? 복지플랫폼에는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회사가 직원 개인 계정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포인트를 주기보다는 급여로 주는 방법을 택했었다. 아무리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라고 할지라도도 현금을 더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해왔다. 


성과공유 중소기업과 소득공제


성과공유 중소기업의 경우 성과급에 대해 근로자가 소득공제를 50% 정도 받을 수 있는데, 복지플랫폼을 잘 이용하면 이런 제도를 활용할 수가 있다. 직원의 30% 이상에게 연간 35만 원 이상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면 성과공유형 기업이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다른 요건을 충족하면 성과공유 기업으로 신청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연간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600만 원까지 성과급을 지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연간 35만 원 이상의 성과급(복지포인트)을 지급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었다. 기존에 지급하던 성과급의 일부를 복지포인트 형태로 지급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복지포인트 사용을 위해서 복지플랫폼 이용도 올라갈 테고, 성과공유형 기업이 되면 직원들도 성과급에 대한 소득공제를 일부 받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신청이 좀 복잡하다. 


우선, 나 이전에 일하던 직원들은 중소기업복지플랫폼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평소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공유형 중소기업에게 세제 혜택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이번에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절차를 진행하려다 보니 이 또한 상당한 서류 작업이 필요한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근로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좋은 마음으로 진행하려고는 하지만 이런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것 또한 경영지원팀의 근로자들이 아닌가.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이든 복지포인트든 회사가 더 주겠다는데, 성과공유형 기업으로 인정받고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는 절차가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중소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복지성으로 제공하는 이런 포인트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쉽게 소득공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금액으로 한도를 정할 수는 있겠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면 일반 보통의 사람들이 진입하기가 어려워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책은 그 행정적 절차가 얼마나 합리적 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담은 완벽한 정책이라도 사람들이 모르거나, 활용하기가 어려우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나는 중소기업 유관 기관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공부하고 찾아다니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보통의 중소기업 경영 담당 직원이라면 이런 것들을 세세히 찾아보고 가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도 거의 포기할뻔했다.) 회사는 그냥 명절마다 과일박스를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이게 기존의 방식이기 때문에 시비에 걸릴 일도 없고 비용처리 절차도 간단하다. 하지만 이런 거 말고 직원들 스스로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게 하는 '선택적 복지'를 중소기업에서도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이전 10화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필수인가 피싱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