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만난 이 구역의 미친 x

세상은 넓다 그리고

by green

나는 아이가 학교에 갈 때면 현관에서 인사를 건네고, 거실에서 아이가 학교에 잘 가고 있는지 바라본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집 앞 5분 거리의 학교를 혼자 다닐 때도 된 거 같은데 그 사람은 꼭 자기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끝날 때도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데리고 온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데리고 오는건 각각의 상황이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내가 기분이 나빴던 건 항상 우리 아이가 집으로 오는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서는 일부러 그러는 것 마냥 다른 아이들에게만 인사를 하는 거다. 그것도 아이한테 보란 듯이 기분 나쁘게 말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 아이가 서있으면, 버튼을 쾅 쳐서 아이에게 위협감을 주기도 했다. 자기 자신의 감정과 자기 아이의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아침 등교 후 안과 검진을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지나가며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 뒤통수에다 대고 들으라는 듯이 이런 말을 하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뭘 쳐다보고 지나가?"


살다 살다 태어나서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같은 학부모끼리 뭘 쳐다보고 지나가냐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는 바로 내 뒤에 걸어가고 있는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이웃주민에게 과장된 목소리로 "어머. 안녕하세요."라며 예의 바른 척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몇년을 기분 나빠도 참고 살았는데, 정말이지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길을 가다 멈춰 서서 그 사람에게 걸어가서 말했다.


"뭘 쳐다보고 지나가냐니. 너 나한테 뒤통수에다 대고 들으라는 듯이 말하고 간거야?"

"너 방금 뭐하고 그랬어? 너?"

"그래. 너 라고 말했다. 어떻게 지나가는 사람한테 뒤통수에다 대고 뭘 쳐다보고 지나가냐고 말할 수가 있어? 그것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같은 반 학부모였던 사이였으면서."

"내가 아는 사이니까 뭘 쳐다보고 지나가냐고 말했지, 모르는 사이였으면 이것보다 더했어."


도대체 모르는 사이였으면 어떤 행동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가기도 하고, 눈이 마주쳤다고 지나가는 사람 뒤에다 대고 들으라는 듯이 말하고 지나가는것도 상식 밖의 행동 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등교한 후 아침 9시. 한바탕 언쟁이 일어났다. 결국에는 화해하고 헤어졌지만,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어이없고 흥분된 감정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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