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청년이 첫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날 내게 제안을 했다.
자기 인생에 이렇게 많은 돈은 첨 벌어 봤다면서 내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는 거였다.
그렇게 여러 번에 아르바이트비를 받을 때마다 내게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다는 제안을 매번 했었기에 그럴 때마다 거절하기도 쉽지 않아 단 둘이 작은 호프집에서 치킨에 맥주 한 잔씩을 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항상 간략하게만 대화를 하다 그날은 긴 시간을 둘이 앉아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청년에 가정사를 듣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노름을 했었고 어머니가 벌어오는 돈까지도 모두 노름으로 갖다 썼으면 돈이 없는 날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어린 자기와 자기 동생 엄마 셋을 모두 폭행하고 집을 나가라고 해서 세 사람이 한강 다리 밑에서 잠을 청한 적도 있어 학교도 제대로 못 간 날도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될 때까지 그런 날이 번복되는 지옥 같은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갔는데 집 앞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그는 그날은 슬프기도 했지만 기쁘기도 했던 날이라면 눈물을 흘렸다,
지독한 폭행을 더 이상 안 겪어도 돼서 좋기도 했고 자기를 낳아주신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생각하닌 슬프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자기가 근무할 곳과 자신이 편히 잘 수 있는 집과 먹을 것을 더 이상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60이 다 돼가는 아픈 엄마와 택배 일을 해서 자신보다 돈을 잘 버는 동생 셋이 살고 있지만 아픈 엄마 병원비도 이제 자신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는데 우리 매장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면서 우리 매장을 안 나오는 날에는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해 볼 생각이라도 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에 삶에 보따리를 풀어놓듯이 한풀이하듯 얘기를 쉼 없이했다.
나 역시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최선인 거 같아 맥주 500ml 한잔과 치킨 한 마리를 앞에 두고 2시간 넘게 그에 얘기만을 집중해서 들어줬다.
그 청년에 마지막 말은 우리 매장에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그는 여전히 요즘도 열심히 매장 청소와 진열에 열심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