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장 Oct 26. 2024

빈병들에 행렬

요즘 편의점에서는 안 하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업무를 한다.

버스카드 충전에서 택배, 세탁서비스, 픽업, 배달, 피자, 치킨 등 등

이것 외에도 공병수거 일도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디서 갖고 오는지 모르게 공병들을 많이 갖고 오신다.

일인당 일일 30병으로 제한을 두긴 하지만 아침에 한번 30병을 갖고 왔다 근무자가 바뀌는 시간대에 또다시 30병을 챙겨서 들고 올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하루 받는 돈은 6000원.

젊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 한 시간 알바만 해도 그 이상을 받는 돈이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한 없이 귀한 돈이다.

대부분은 몇천 원 몇백 원을 소중히 주머니에 넣어가시지만 어떤 분은 손자 손녀 과자로 대신해서 바꿔가기도 하고 어떤 분은 소주 한 병에 과자 한봉으로 갖고 가시면서 행복해한다.

물론 잘 사는 곳에 편의점은 이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겠지만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 편의점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일이 반복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노후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되새기게 되며 요즘 젊은 사람들에 추구한다는 욜로족을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욕망이 행복이거늘 어느 누구가 그때그때 행복을 챙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때그때에 달콤한 행복보다 미래에 행복을 위해 참고 인내하는 것 또한 인간 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한때에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많은 걸 소비하고 낭비하다 보면 노후엔 정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부터 공병 행렬이 이어졌는지 매장 안엔 공병들로 가득하다.

공병을 들고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냉정하게  대하고 싶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오늘 그 공병을 수거해서 받은 돈이 일용한 양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얼마 안 되는 돈을 건넨다.

이전 08화 35세 청년이 한턱 쏘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