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게 내민 사진보다 먼저 눈에 띈 건
그녀에 반짝이는 손톱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는 단 한 번도 손톱에 매니큐어를 한 적이 없던 걸로 기억된다.
"어머나!? 손톱 이쁘네!? 그렇게 큐빅 같은 보석까지 하면 엄청 비싸지 않아??"
"생각보다 안 비싸, 근데 계약서 쓰고 하면 자꾸 손을 써야 하는 깐 맨 손 내놓기가 부끄럽더라고, 근데 이 사람 어떠냐닌깐?"
"어??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 보이네, 이 사람도 고객이야?"
"아니"
"그럼?"
"나도 몰랐는데 분양하는 언니들이 고객 유치하러 나이트 가서 영업한다고 하드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일도 다 됐는데 분양 실적이 안 좋아서
언니들이 기분전환도 할 겸 나이트에 가자고 하드라고, 거기서 잘하면 고객 유치도 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언니들이랑 갔었거든~"
"어머? 그래서 거기서 만난 사람이야?"
"응"
"두 번 정도 만났는데 개그맨 저리 가라더라고, 너무 재미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야"
"뭐 하는 사람인데?"
"건물도 몇 개 있고 서울 시내버스 사장이야."
"버스?? 몇 번 버스? 대단하네~"
"몇 번 버슨지는 안 알려주더라고 그렇지만 뻥은 아니더라고, 직원들이랑 통화하는 거 들었거든"
"그래도 조심해, 요즘 이상한 사람 많으닌깐"
"내가 애야?"
"근데, 그 사람 설마 애인으로 만나는 거야??"
"애인까지는 아니지만 남자친구로 만나려고"
"남자 친구?? 우리 나이에 남자친구와 애인이랑 무슨 차인지 모르겠지만 난 어째 자기가 불안 불안하다"
"언니도 알잖아, 우리 남편, 능력이 있어 뭐가 있어, 잘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으면서 나만 맨날 쥐 잡듯이 잡기나 하지"
"자기가 그렇게 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니닌깐 그렇지"
"나라고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셔, 자기가 능력 안되닌깐 내가 돈 벌러 다니는 거잖아, 사회생활 하면 어쩔 수 없이 술도 마시는 거고, 늦게 다니기도 하는 거지, 자기가 돈 만 많이 벌어다 줘봐, 내가 이러고 다니나?"
"모르겠다~"
""언니 담에 이 사람 만날 때 언니도 나올래?"
"내가 왜?"
"이 사람이 담에 언니랑 셋이 만나자고 하드라고?"
"나를?? 나를 이 사람이 어떻게 안다고??"
"언니랑 나랑 같이 있을 때 찍었던 사진 보여 줬거든 그랬더니 언니랑 나랑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하드라고, 담에 시간 맞춰서 함 보자, 언니도 실제로 만나면 좋아할 만한 사람이야"
"봐서~"
그녀는 또 다른 연애를 알린 후 며칠 후 내 퇴근 시간에 맞춰 편의점 앞으로 나를 태우러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정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네, 하하하하"
우린 곧바로 근사한 일식집으로 갔고 거기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억지로 끼어있는 듯 한 느낌은 나를 계속 불편하게 했다.
화장실을 핑계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그녀에게 카톡으로 "너무 늦게 들어가지 말고
일찍 일찍 들어가, 저녁 잘 먹었다고 전해주고
담에 봐."
"언니 가는 거야?? 2차까지 같이 갈려고 했는데,
조심해서 들어가, 담주에 매장으로 갈게"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쩌면 내가 그녀에 일탈을 도와주는 게 아닌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