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카톡, 카톡
연이어 울리는 카톡은 직감적으로 그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언니 미안~남편이 언니한테까지 전화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네, 석진이 녀석이 3차로 맥주 한 잔 더 하고 가자고 해서~어쨌든 남편한테 얘기 잘해 줘서 고마워."
"별일은 없었지?"
"별일? 무슨 별일? 설마 언니 이상한 생각한 거야?"
"엥? 무슨 얘기야? 어제 남편이 전화했을 때 굉장히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해서 혹시 둘이 다툰 거 아닌가 해서 물어본 건데? 자기야 말로 내가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 거야?"
"아~당연히 별일 없었지, 내가 오해했나 봐, 아무튼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
"그래, 자기도"
그러고 한 달이 지났을까?!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언니, 지난번 일로 미안해서 그러니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는데 없는 시간도 내야지."
"그럼 건대 앞으로 올래?"
"거기까지? 거리가 좀 되는데-"
"그냥 택시 타고 와, 그쪽에 양갈비 맛집이 있거든."
"멀어서 고민되네~"
"그래 봤자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나올 거야,
얼른 와, 주소 찍어 줄 테니 기다릴게."
몇 초간 고민하다 택시를 타고 그곳을 갔다.
마침 입구에서 그녀와 마주쳐 함께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남자친구분과 안 오고 여자친구분이랑 오셨네."
그녀는 미소를 띤 채로 "지난번에 먹던 걸로 주세요"
"알겠어요"
"여기 단골 집인가 보네? 근데 남자친군 뭐야?"
"석진이랑 몇 번 왔었거든, 근데 사장님이 우리 둘을 부부로 보시길래 석진이가 애인이라고 말했거든"
"어머~!? 그러다 이상한 소문나면 어쩌려고 그래?!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소문 몰라!?"
"알지, 근데 사실~"
"안녕하세요?"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가 하려던 말보다 앞섰다.
내가 뒤를 돌아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왔어?"
"안녕하세요, 누님!?"
"뭐야, 자기랑 나랑 둘이 만나는 게 아니었어!?"
"미안해, 지난번 일 때문에 맘에 걸렸는지 석진이가 언니한테 저녁 사주고 싶다고 해서"
"대단한 일도 아닌데~어쨌든 둘도 배고프겠다 얼른 먹자."
둘은 주거니 받거니 소주 3병을 단 시간에 마시는 동안 내 눈을 피해 가며 슬쩍슬쩍 가벼운 스킨십을 했다.
대 놓고 아는 척을 하야하나 아니면 끝까지 모르척을 해야 하나 여러모로 신경이 쓰여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언니? 나 사실 석진이 좋아해."
"무슨 뜻이야? 인간적으로 좋아한다는 거야? 아님 남자로서 좋아한다는 거야?"
"남자로서."
"뭐라고?? 석진 씨도 같은 맘인가요?"
"사실 제가 현정 씨를 좋아해서 현정 씨가 저를 좋아하게 만든 거죠."
"두 사람 뭐예요? 이 얘길 하려고 날 부른 건가요?"
"그건 아니고 진짜 지난번 일이 미안해서 부른 거야~좀 놀랬지?"
"어떻게 하려고 이 상황까지 만든 거야? 설마 이혼이라도 할 생각이야?"
"이혼? 맘 같아선 하고 싶지만 이혼하자고 하면 남편이 순순히 해 주겠어? 그냥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고 싶을 뿐이야, 요즘은 석진이 때문에 세상 살 맛이 나거든."
"저도 같은 맘입니다, 요즘 현정 씨 때문에 사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죠? 두 사람 인생이니 내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빨리 끝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저녁 잘 먹었고 나 먼저 일어나야겠다."
"언니 화났어?"
"내가 화 날 일이 뭐가 있어? 자기 인생인데 자기가 알아서 살겠지, 애도 아닌데!! 아무튼 나 먼저 갈게."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날 뿐 내가 가는 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심해서 들어가, 혹시 남편한테 전화 오면 받지 말아 줘, 내가 알아서 말할게."
"응"
그녀는 또다시 늦은 귀가가 있었는지 이른 아침 열어본 카톡에
"집 사람이 전화를 안 받아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톡 납깁니다, 톡 보시면 연락 좀 주세요."
난 아무런 대응도 안 했고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 남편이 내게 다각도로 연락해도 잘 대응해 달라는 얘기를 어제 두 사람과 함께했던 저녁 자리에서 전달받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