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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Jan 22. 2024

놀다보면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진놀이

협력과 협동, 요즘 인재의 중요한 자질


협동과 협력의 뜻을 아시나요?

요즘 기업들이 찾는 인재를 보면 협동, 협력하는 사람이 빠지지 않는다. 아니 중요하게 본다. 얼마 전 구글 기업 탐방을 가서 그들이 찾는 인재은 똑똑함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햡려하고 서로 돕는  자발성을 언급 했다. 혼자서 모두를 먹여살리는 천재, 영재 한 명을 원하기보다, 협동하고 협력하는 인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원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것을 중시하며 앞으로 학교 교육에서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함께 해결하는 자질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협동과 협력을 잘 구분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협동’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함.” 이라고 되어 있다.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줄다리기처럼 리더가 있어 모두가 힘을 내야할 타이밍을 알려주면 하나로 힘을 쓸 수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완전 약한 팀이었던 팀이 리더의 가르침과 타이밍을 맞쳐서 힘을 하나로 합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것처럼, 줄다리기는 협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낱말에는 ‘마음을 합함’도 있으니 단순히 힘만 합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영어로는 cooperation으로 번역한다.

나의 경우에는 협동과 헷갈리듯 쓰는 단어가 하나 있다. ‘협력’이다. 사전에 따르면 협력은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이라고 되어 있다. 앞서 본 협동은 여럿을 합쳐서 하나로 힘을 쓰고 있는데, 협력에는 여럿의 관계성이 드러나 있다. 서로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되는, win-win의 개념이 담겨 있다. 영어로는 cooperation으로 번역되는데, 또다른 단어도 나타나있다. 바로 collabration 종종 듣는 콜라보레이션이 들어있다.


이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만큼 단어를 조합할 때 주의해야한다. 협동조합은 있지만, 협력조합은 어색하다. 여기에 마음이라는 한자어를 어미로 붙인 경우 ‘협동심’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하려는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어로는 teamwork, team sprit으로 이야기된다. 협력심이라는 말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저 유의어로 “공조, 상부상조”가 언급되어 있다.


협동은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하는 것이고, 협력은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협동과 협력은 서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을 헷갈리면서 썼던 나로서는 이제서야 정확한 구분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모둠에서 아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을 ‘협동한다’라고 하지 않고, 협력해서 해결해보자고 표현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하는 활동의 성격을 구분하면서 모둠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경우에는 ‘협동학습’, 각자의 역할을 갖고 문제를 풀면서 서로를 돕는 일은 ‘협력학습’으로 지칭하며 구분하려고 한다. 이렇게 써놓아도 ‘협동’과 ‘협력’의 구분이 조금 어려운데, 구체적인 예를 갖고 기억해본다면,


교실 대청소는 쓸기 팀과 닦기 팀, 정리 팀이
‘협력’하면서 함께 청소하고,
큰 책상을 옮기는 일은 ‘협동’해서 함께 옮기기

가 어떨까 싶다.


그러면 이러한 협력과 협동심을 키우기 위해 타인과 함께 지내는 법, 힘을 합치는 법을 배우면서 때로는 갈등도 잘 해결해가야하는데, 학습뿐만 아니라 놀이에서 이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진놀이 알아보기


오늘 살펴볼 놀이인 진놀이는 협동과 협력 중에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탐색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진놀이의 구성과 놀이 방법을 살펴보자.


진놀이의 구성

진놀이는 놀이하는 사람들을 두 편으로 나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두 모둠의 진영을 정한다. 운동장처럼 사물이 없는 곳이라면 진을 바닥에 둥글게 그려서 표시하고, 나무, 기둥 등의 고정된 사물이 있다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정해 둔다. 바닥에 그렸다면 모든 사람들이 한 발을 원 안으로 밟고 있어야 진에 있는 것이고, 사물이 진이라면 손을 대고 그 주변에 둘러 서면 된다. 진 바로 옆에는 포로로 잡혀온 상대팀들이 손이나 발을 맞대고 서 있을 것이다. 이것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아웃된 사람이 술래 옆에 손을 잡고 일렬로 죽 늘어선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제 서로의 진을 치고 준비를 마쳤다.


진놀이의 방법

상대의 진을 차지하거나, 상대방을 모두 포로로 잡아오면 이기는 놀이이다. 진을 차지하는 방법은 상대 진을 향해 달려가서, 상대 모둠이 모르게 진을 밟거나, 손으로 진을 터치하면서 “만세”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진을 차지한 것이다. 상대 모둠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 진을 차지하기도 전에 상대가 내 몸에 태그하여 쉽게 아웃이 되어 포로자리에 가게 될 것이다.


1. 진에서 늦게 나온 사람이 더 힘이 세다.

자 이제 설명하기 편하게 파랑 모둠과 노랑 모둠으로 이름을 정하고, 파랑 모둠의 가, 나, 다 친구와 노랑 모둠의 1,2,3 친구를 놓고 이야기하겠다. 파랑 모둠의 가 학생이 상대 진을 향해 달려나간다. 진에서 나간 사람은 발이나 손을 떼는 순간부터 에너지가 줄어든다. 그래서 노랑 모둠의 1 학생이 자기 진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가를 잡으러 간다. 늦게 나오는 사람이 에너지가 많기에 자기보다 먼저 나온 사람을 태그해서 아웃시킬 수 있다. 그런데 파랑 모둠에서는 가 학생이 1에게 잡히는 것을 두고볼 수는 없다. 노랑모둠의 1이 가를 잡아가지 못하도록 파랑모둠의 나 학생이 뛰어온다. 그러면 나 학생보다 먼저 나온 노랑모둠의 1학생은 얼른 도망가야 한다. 그런데 또 노랑 모둠에는 아직 에너지가 더 많은 학생들이 있다. 우리 모둠 친구가 잡힐 것 같으면 다른 사람이 나가면 된다.

그럼 에너지가 떨어져서 힘이 빠져 있는 친구들은 다시 우리 진영으로 가서 에너지를 보충하면 된다. 다시 땅을 밟고 있거나, 터치하면 된다.


2. 잡혀 간 우리 모둠 친구들 부활시키는 방법

아웃되어서 포로로 잡힌 친구들은 상대 진영에 가서 꼼짝없이 손을 잡고 일렬로 서야 한다. 맨 처음 잡힌 친구는 그 다음 잡힌 친구에게 진에 가까운 자리를 내주고 뒤로 이동하면 된다. 진에서 멀어질 수록 부활하기가 낫다. 우리 팀을 다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가서 손을 터치해주면 된다. 앞쪽을 터치해주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부활하기에 용기를 내어 진에 가까운 친구를 터치할 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부활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친구들을 부활시키기도 전에 내가 잡힐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하게 진에서 멀리 있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부활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진놀이하는 사람들이 신경써야 할 것

 이 놀이는 맨처음엔 설명이 어려운 듯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시켜보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처음엔 살짝 헤맨다. 놀이를 시작해보면 이러한 놀이를 해본 친구들이 일찍 깨달아서 먼저 적극적으로 놀이를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도 배워간다. 한 번 놀이를 한 후에 진 위치를 바꿔가면서 몇 차례 하다보면 진놀이에 익숙해져서 전략도 짜고, 서로 협동하면서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나가도 안심되는 놀이

이 놀이는 진에서 나가지 않고 그냥 우리 진에 있어도 된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다.

얼음 땡처럼 도망치는 놀이는 달리기가 느리면 술래에게 잡히기 때문에 뛰는 내내 긴장감이 높다. 그러나 진놀이는 나보다 에너지가 적은 상대는 내가 태그하여 아웃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나간 상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놀이에 소극적인 학생들도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용기를 내어’ 달려나갈 수 있다. 처음엔 용길 내지 못하지만, 지도하는 사람이 옆에서 슬쩍 알려주면 그 다음엔 자기 힘으로 판단해서 나가게 된다. 다 학생이 먼저 나갔는데, 3 학생이 머뭇거린다면 “저 친구는 지금 네가 나가면 무조건 아웃시킬 수 있잖아.” 그러면 학생은 쭈뼛거리다가 달려나가고, 그런 3을 보며 다 학생은 기겁하며 도망을 간다. 그럼 다 학생은 속으로 슬쩍 웃음이 날 것이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판단 능력이 필요한 놀이

반대로 나보다 더 늦게 나온 사람은 나를 치러 오기 때문에 상대쪽 진영에서 누가 나오는지 신경도 써야 한다. 나보다 먼저 나온 사람과 나보다 늦게 나온 사람, 이 두 사람을 신경쓰면서 상대쪽으로 갔다가 내 진영쪽으로 가서 다시 에너지를 채우고 나오는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나보다 에너지가 적은 사람만 보게 되면 나보다 늦게 나와서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내 뒤에 와서 나를 아웃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방향의 집중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진놀이의 매력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양 방향을 신경쓰냐고 걱정할 텐데 놀다보면 내가 아웃되지 않으려고 필살의 힘을 쓰는 것이 본능적으로 발휘된다. 그래서 나보다 늦게 나온 사람을 무조건 신경쓰게 되는 집중력이 늘어나게 된다. 놀이를 할수록 더 좋아진다.

또 내가 불리해지는 듯하면 우리 모둠 진영으로 다시 돌아가면 되기에 괜찮다. 또 우리 모둠 친구들이 든든한 지원을 해준다면 더 좋다. 나보다 늦게 나온 상대 팀이 나를 치려고 다가올 때, 우리 팀 사람이 그 뒤에 나오기만 한다면 나를 치려고 온 사람이 기겁을 하면서 자기 진영으로 후퇴한다. 그래서 같은 모둠 친구들이 이런 이치를 깨닫고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 서서히 진에서 죽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 팀에서 용기있게 나간 친구가 상대 모둠에게 아웃되지 않도록 계속 달려나가야 한다. 그냥 나가면 안 되고, 나보다 먼저, 나보다 늦게 누가 나오는지를 파악하면서 달려나갔다가 진으로 되돌아왔다가를 반복하면서 놀아야 한다.


같은 팀이 엄호해주면서 이끌어내는 감정


학생들은 진놀이를 하며 빠른 상황 판단을 하며 내가 계속 잡으러 갈 수 있는지, 아니면 후퇴해야할 지를 알 수 있다. 무작정 목표를 향해 돌진만 한다면 꼬리를 잡힐 수 있으니, 상대 진을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내가 잡힐 것 같아도, 우리 모둠의 든든한 지원-계속 나와 주는 것-만 있다면 용기 있게 돌진할 수 있다. 이러한 든든한 방어를 해준다면 우리 모둠 친구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지고, 그런 마음이 더 열심히 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열심히 협동하고, 때로는 부활시키려고 적진까지 달려나가는 희생 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럿을 구하고, 상대 팀의 포로가 기꺼이 되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그를 구하러 가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놀이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만 결국 우리 팀이 하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협렵과 협동이 일어나는 진놀이는 끝나고 나서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지는 놀이이다.


진놀이의 구조를 파악하며 적극적으로 변하기 마련


진놀이를 할 때 타고난 성향이 드러난다. 즉각적인 판단을 하며 리더의 자질로 “지금 누가 나가서 3을 도와줘야해.” 라고 외치거나, “야, 돌아와, 후퇴.” 이렇게 모둠에 작전을 지시하는 학생도 있다. 또, 평소엔 소극적인 것 같던 학생이 누군가를 구하러 가거나, 상대 팀에게 잡힐 것 같은 우리 팀을 구하려고 힘껏 달려나가는 경우도 보았다. 의외로 포로로 잡혀있는 우리 팀을 구하러 가는 아이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일 때도 있다. 진놀이를 한두번 한다면 이런 맛을 모른다. 아이들이 여러 차례 진놀이를 하면서 익숙해져야 진놀이의 이러한 협동, 협력 시스템을 깨닫고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협동과 협력의 놀이, 진놀이

이렇게 놀이를 통해 다져진 협동과 협력의 마음이 모둠 활동할 때 저절로 이어질까? 협동은 마음이 함께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놀이를 통해 하나가 된 마음은 교실 속에서도 가능해진다. 협동과 협력을 위해 서로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놀이를 통해 서로를 도와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로 도와주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도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놀이를 통해 협력하니, 서로가 지켜주고 도와줘서 고마워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치는 협동심이 저절로 생길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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