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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Apr 15. 2022

스물아홉, 내 머리에 뭐가 있다고요?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찾아온 불청객.

괜찮다고 생각했을 때, 그렇게 위기는 찾아온다.


"어.. 음.. 음.."


의사 선생님께서 뜸을 들인다.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불길한 기운이 다가온다.


"지난번에 찍어본 MRI 사진을 보면, 쉽게 말해서 머리에 뭐가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뇌하수체, 우리 지난번에 호르몬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고 했었죠? 이 호르몬과 관련 있는 부분이 뇌하수체인데, 여기에 선종이 있는 걸로 보여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몸에 뭔가 있다는 것, 종종 있는 일이었다.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고 위 내시경을 하면, '위에 염증이 있네요.', 산부인과에 가서 주기적으로 초음파를 봐도 '자궁에 물혹 같은 게 있는데,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귀 뒤에 뭔가 튀어나와서 병원을 갔더니 '아 뭐가 있네요. 째면 괜찮아질 거예요.' 등등.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뇌? 뇌라니? 선종이 뭐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종양과 선종은 같은 말로 쓰인다고 한다. 내 뇌에 종양이 있다는 말인가? 


"아직은 크기가 크지 않아서 약물치료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3개월 뒤에 다시 MRI를 찍어볼 텐데, 그때 더 커지거나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대한민국 빅 3 병원에 가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사람이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다더니, 진료실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은 '체념'이 인간으로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일까라고 연상시킬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처방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인터넷에 뇌하수체 선종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약물치료만 하고 나았다는 사람, 크기가 커서 제거술을 했다는 사람, 비정상적인 형태로 종양이 자라 버렸다는 사람, 정말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당장에 심각한 병은 아닌 것 같았지만, 평범했던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을 수 없었다. 종양,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지금까지 잘 가꾸고 잘 달려왔던 삶이었는데.


그렇게 스물아홉의 어느 날, 내 인생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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