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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l 30. 2024

보고 싶어를 말하지 않는 법

- 그리움의 자격 -


보고 싶어.


나는 그 말을 낼 수가 없어.

그리움의 자격을 잃어버렸지.


보고 싶거나 그리워하는 마음은 무한 비밀이어야 해.


말하지 않을게.

들키지 않을 거야.

네게도. 나에게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을 피해 꼭꼭 숨은 나조차도.


보고 싶은 마음은 어떤 색일까. 이조차 나쁜 색일 수 있나. 나쁜 마음은 무슨 색으로 덮어야 하나. 모르고 겹겹이 덮은 마음은 텁텁해지고 두툼해진다.


언젠가부터 '보고 싶다'는 말을 낼 수가 없다. 그럴 자격을 잃었으니까. 보고 싶거나 그리워하는 마음은 내가 품을 수 있는 욕심 중 가장 거대한 무게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 안에서 피어나는 '보고 싶다'와 유사한 향취를 가진 것들은 무엇이든 극도로 이기적인 것.


덮어도 덮어도 이는 마음은 비밀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어쩌면 짧았을지도 모르는 너와의 시간들이 떠오를 때면, 깊은 파도가 날 고이 품었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란스레 찾아와 적막하게 버리고선 아득하게 떠났.


우리의 흔적들을 온전히 지우고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만 홀연히 버려진 기분. 너와의 시간을 바라고 내가 부린 욕심의 대가로 너를 잃고 나만이 처참하게 남겨진 기분.


죽음을 준비하는 동안 수도 없이 곱씹었을 너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는 그 마음을 무수히 떠올렸다. 고통의 편린들로 촘촘히 메워졌을 너의 시간 속에 정지버튼을 누르지 못한 나의 존재를 몇 번이고 되새겼다.


누군가의 곁에 있을 자격이 는 위험한 사람. 쓸모없는 존재. 슬펐다. 애써 부정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너와 다른 세상에서 꼬박꼬박 몰아치는 호흡조차 견딜 수 없이 슬펐다. 



행복했던 추억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움을 몰래 뒤에 숨긴 채. 그러면 단단히 여며 두었던 묵직한 조각을 꺼내와야지. 무참히 널 잃었던 때를 꺼내어 영원히 볼 수 없는 지금을 곱씹는다. 어쩌면 나만 행복했을 서툴고 이기적이었던 너와의 시간들.


그럼 금시에 그리움은 휘발되어 다시 돌아오지 못했.




보고 싶다.

그리움의 자격을 잃고 사람들을 피해 꼭꼭 숨은 나조차도.


보드라이 보듬어준 누군가가 겹도록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엔 주체하지 못한 그리움이 얄팍한 입술 사이로 새어나가지 않게 입술을 단단히 오므리고, 내어선 안  보고픔이 방울의 형태로 흘러넘치지 않게 눈을 꼿꼿이 감는다.


오랫동안 우울에 절여져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다시 보고 다시 본다. 내가 네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언젠가 몸이 오그라들 얼굴에 세월을 올곧이 담은 때가 오면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고 주문을 건다.


그렇게 지금의 마음을 뒤로 잠시 옮겨두면 마음속 욕심파도는 잔잔해진다. 휘몰아치던 그리움이 살며시 아득히 멀어진다.

 

어렴풋이 소멸해 가는 널 보며 작게 내어본다.

'보고 싶어'

가닿 않게.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한 문장은 잡힐 듯이 부유하다 하염없이 떠나간다. 그렇게 그리움을 꺼내어 사르르 다독인다.




언젠가 보이지 않게 내게 닿았던 마음이 너에게서 온 것이었을까. 답장을 기다리지 않던 따스했던 문장이 너였던 걸까. 오래전 그리움의 자격을 상실한 내가 과연 누군가의 그리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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