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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May 18. 2023

나의 아이로 살아가는 기분,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 너의 엄마로 살아가는 기분, 넌 궁금하니? -


언제였던가, 결혼하지 않고 딸과 둘이 살아가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상상했던 그즈음의 시간다다르고 보니 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혼도 하고 아들 둘과 함께하는 삶. 그래서 꿈을 이루어내지 못한 나의 기분은 어떠한가.


그보다 너희들은 어떠할까, 하필 너의 생일에 그것이 궁금해진다. 언젠가부터 아이의 생일이면 거대한 눈물파도부터 밀려오니, 나는 그 미안함을 말로 다 할 수가 .




"지금까지 나와 살았던 시간들 중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 며칠 전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물었다.


"아이를 임신 이었던 때."

주저 없이 대답이 흘러나왔다.


호르몬 때문이었을게다. 민원인 분들이 욕설을 쏟아내거나 위협스럽게 행동해도 깊게 슬프거나 길게 괴롭지 않았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그저 괜찮았다. 하늘에 붕붕 떠다니는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던 그 기분이 생생하다. 언제나 우울에 살포시 젖어있던 나에게는 생경한 기분.


그렇게 너로 인해 행복했다. 네가 안에 숨어있어  볼 수 없었음에도,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렇게나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나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종종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도 부족하기만 한 나를 발견하고 한없이 슬퍼질 땐 네게 없이 미안했다.



오늘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오늘 내 생일이네! 내가 있어서 엄마는 참 행복하겠다. 그렇지?"




내가 시험에 합격을 하고 1년을 일한 후 그만두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아빠가 말했다.

"어느 직장이든 다 그래. 그것도 못 참으면 아무 일도 못해! 다른 일은 편한 줄 알아?"


나는 이런 종류의 말을 쉽게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처음이기도 했고. 하지만 오랫동안 가정의 생계로 지치고 힘들었던 아빠에게 그것은 내게 내어줄 수 있었 최고의 위로였을 것이다. 너는 할 수 있다고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건넨 최선의 말이었을게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후회했다. 괜히 부모님의 마음에 신경 쓰이게 한 것 같아서.  참을걸. 난 왜 이런 것도 못 참는 것인가로 매일 괴로웠지만, 동시에 참을  없어 더없이 괴로웠다. 결국 15년을 참았다가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던 무렵 다시 한번 토해냈다. 말로 꺼낼 수가 없어서 편지로 꺼내었고, 끄집어내면서도 두려웠다.


나의 아이에게는 부디 나의 마음의 알맹이가 그의 마음의 벽 어딘가에도 부딪히지 않고, 어떤 거리낌도 되지 않고 마음속 깊이 그에게 다다르길, 간절히 바란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가장 깊이 알게 된 일이라면 단연코 내가 좋은 일이 타인에게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내어 준 말이 아이의 입장에서지 않을 수도 있더라. 모두 나의 직장 타이틀을 부러워했지만 나는 어떤 하루도 온전히 좋았던 적이 없었다. 으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더욱 그러하지 못했다.


그 일은 분명 근사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 일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물과 기름처럼, 아무리 열심히 빨대로 휘젓고 휘저어도 그 영역 안에서 나는 저 밑으로 분리되어 끝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 멋진 일에 나는 녹아들지 못했다. 그러는 내가 나조차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숨 쉬는 일도 버거워지고 사는 일마저도 지쳐갔던 것이다. 

어쩌면 내게 소리치던  무렵아빠처럼. 




아이도 커다란 인간의 범주에서 본다면 그저 나와 다른 한 사람일 뿐, 그가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극도로 싫어하는 것일 수도, 내가 좋아서 말한 것이 그에겐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아빠와 나는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취향은 너무나 달랐던 것처럼.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아이의 일에 먼저 나서서 말을 내지 못한다. 내가 겪어본 일이라도 단언하여 말하기가 두렵다. 나의 이 강요로 다가갈까 봐. 내가 그를 위해 내어 주는 말조언이라는 탈을 쓰고 그를 속박시키게 될까 봐.


그저 곁에 있는다. 함께 겪어내어 본다. 혼자 견뎌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곧 또 다른 근심이 되어 돌아온다. 이것이 부모로서의 역할이 맞는 것인가, 이것을 방치라고 일컫는 것은 아닌가를 끝없이 고민한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여전히 매 순간 고민스럽다. 

엄마라는 자리는 처음이기에.





내가 겪어본 세상을 뛰어넘어 또는 나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아이의 세상을 고이 칠해 줄 수 없다. 아이의 기준에서 볼 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실제로 본인이 겪어보고 나서 내가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 깨닫게 된 때도 있었고, 내가 추천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된 적도 많았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일들이 취향의 문제임을 나 또한 깊이 깨달았다.



과연 아이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시든 나뭇잎 한 조각도 어내고 싶지 않다. 그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미줄마저도 끊어질라 발걸음도 더 조신하게 그저 말없이 곁에 머무르고 싶다. 


아이에게는 아름다운 방황이, 부모는 따뜻한 방목이 필요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나는 아이와세상에서 따뜻한 방목과 최소한의 방어막 사이의 경계를 아직 잘 알지 못하겠다. 넘어서는 순간 경쾌한 알람이 내 귓가에 들려오면 좋으련만.


그저 매일 곱씹고 연습한다. 그러다 아이들은 나에게 잔뜩 심통이 나 우당탕탕 난리를 부리기 일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너희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기분을 느껴볼 사이도 없는 채로 매일 실패와 연습을 반복한다.


오늘도 아이가 키즈폰에 저장한 나의 닉네임을 떠올리며 기운을 내어본다.

'예쁘고즐거운엄마'

아이가 기분 좋던 날 무심코 해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또다시 기운을 내어 본다.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내 엄마라서 너무 좋아!"



그런데 오늘 너의 생일, 서점에 가자고 조르더니 달려가 골라온 책이 하필 왜 이 책일까?

알게 되면 나도 알려주렴:D


나는 나의 아이로 살아가는 너의 마음이 정말 궁금하구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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