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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Aug 18. 2023

우울자를 위한 나의 노력

- 명상, 산책 그리고 잔잔히 내어보는 말 -


아이는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번씩 대형학원의 테스트를 다. 그렇게 혼자 하고 있는 자신만의 공부가 효과를 내있는 것인 점검 중인 것이다. 


나 역시 상담센터에 들어서면 입이 열리지 않아 상담할 용기가 쉬이 나지 않고 경제적 여력마저 부족하여 이곳에서 스스로 상담해 보기로 결심했으니, 나의 이 상담일지가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새해 첫날부터 몇 번의 가슴통증과 그에 따른 호흡곤란이 찾아와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려다, 오히려 그 기록에 연연하게 될까 봐 그냥 두고 크게 아플 때만 떠올려 남겨두었다. 사직을 하면 금시에 나아질 줄 알았던 호흡곤란은 잦아들었지만 가시지는 않더라. 오랫동안 자리 잡아 습관이 되어버린 듯한 고통은 천천히 사라질 모양이었다. 라지기만 한다면야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해야 하는 법.




아침마다 명상을 했다. 5분. 

가슴통증이 시작될 때면 숨을 들이켜는 일이 불가능하다. 안에 숨이 꽉 들어차 조금만 더 넣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숨을 불어넣을 수 없으니, 잠시 호흡을 멈추고 나아지길 기다려야 하는데, 이 멈추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숨을 쉬지 못하는 한의 고통으로 다다르다. 그러므로 그 숨을 들이켤 수 없는 시간만큼 내 안의 숨을 천천히 내쉬어 남김없이 모두 꺼내어는 일이 중요하다. 그나마 아주 조금씩 숨을 내어놓는 일은 가능했으므로.


숨 쉴 수 없는 고통은 두려웠고, 나의 숨 쉬는 일이 나의 통제 밖이라는 사실이 무서웠기에 명상을 통한 호흡연습이 내겐 절실했다. 명상하는 동안 릴 수 있는 주문 같은 멋진 말들 아직은 필요가 없었, 좋은 배경음악도 들릴 틈이 없었으며, 그저 5분 정도 바르게 앉은 자세로 숨을 내쉬는 일에 집중하며 로지 나의 호흡에만 관심을 두는 시간, 그것이 다였다.


하지만 명상의 이름을 한 호흡연습은 하루의 시작에 나를 이완시키는데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고, 가슴이 아파올 때에도 연습했던 숨내쉬일을 절로 하고 있 정도로 사소하지만 내겐 매우 중요하고 효과가 있는 일이었다.




언제나 반절이상이 우울함으로 채워져 있는 듯한 나는 스스로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이 나를 싫어했던 이유 중에 단연 번째였고. 언제고 떨어질 눈물이 가득 준비되어 있는 사람처럼 웃다가도 그냥 울어버리니, 그것이 참 싫었다. 몸의 신호체계 중 눈물샘으로 가는 회로에 단단히 오류가 난 느낌.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빠짐없이 했던 일이 한 시간의 산책이었다. 엄마의 보호자로 병동에 머물러야 했을 때와 폭우가 쏟아지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아니, 거를 수 없었다.


남편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함께 해주었고 그 외의 날들은 참을 수 없다면 낮에, 견딜만한 날에는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그들의 저녁 쉬는 시간에 다녀왔다.


산책길을 한 시간 동안 걸으며 눈물을 버렸다. 울며 걷는 나를 깊게 던 어르신들이 있었기에 그것도 마음껏 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지만, 그곳은 호흡연습을 하며 우울을 던져버릴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었으므로 하루도 거를 수가 없었다.


매일 한 시간의 산책이 나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나의 휴대폰 속 갤러리 폴더가 증명해 준다. 사직 전에는 풍경을 담아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해가 나면 해가 나서 슬펐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슬펐다. 그것은 다른 종류의 슬픔이었을 뿐, 아름다워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혼자 울며 건넜던 징검다리도 담아 두었고, 그 징검다리 사이를 건너는 오리도 찍어 두었으며, 언제고 나와 함께해 주며 매일 모습을 달리하던 하늘도 담아두었다. 예전의 나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 이것은 지금의  마음에서 우울함을 크게 한 바가지 덜어내고 싱싱한 마음으로 하루를 감사히 보내고 있다증거인 것이다.


혹여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예전과 같이 눈물이 난대도, 지금 조금씩 말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결연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단단하게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이. 




이번에도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친정집을 방문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다녀오자마자 며칠을 꼼짝도 하지 할 정도로 아팠다. 여전히 모든 것들이 불안하고 날 선 말들에 가슴이 덜컥하니 다녀올 때마다 일 년 중 가장 크게 몸살을 앓는다. 이번에는 나아졌다며 혼자 몇 번을 되뇌며 기차에 올랐는데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나아졌다.

"이제 어머님께 참지 않고 말하더라!"

남편이 말했다.

그랬나.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엄마, 아빠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엄마에게 말을 한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커피마실 거냐고 물어도 기분이 나빠? 아니잖아. 그냥 물어본 거야. 가 그랬던 것처럼."


예전 같으면 다 싫으신가 보다 하고 씁쓸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분노로 가득 찬 고요 속에 숨어버렸을 것이다. 그런 내가 나직이 저렇게나 말을 냈다.

세상에. 그랬구나. 


올해 많은 날들을 엄마와 병원생활을 하면서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오래된 분노를 달래어 가져가고 싶었다. 당신의 편을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조금 솔직해지기로 했다. 마음에 꼭꼭 담아두었던 말을 조금씩 꺼내어 말해주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훨씬 나았다.


무조건 당신의 편만 들어주는 딸보다 당신의 편이 확실하다고 믿는 딸의 솔직한 말들이 효과가 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엄마의 분노와 달램 사이에 경계를 잘 알지 못하니 그저 어렵더라. 더군다나 소심한 겁쟁이인 내게 그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몸살을 앓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있는 중이다.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래. 이렇게나 변했다. 꾸역꾸역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나는 왜 이럴까 하며 우울한 나를 또 원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되는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벗어날 것이다.


우울이 가장 다루기 힘든 병이라고 했던가. 아니라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이해'밖에 없는 나라는 사람은 우울이란 친구마저 손잡 이해해 낼 거라고 되뇌어 다짐해 본다. 


,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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