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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샤 Nov 02. 2023

다락방의 바나나

다락방의 장례식 (1)

오랜만에 다락방에 올라갔다.

뽀얗게 앉은 먼지를 털고 삐걱거리는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켰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어지럽게 놓인 상자들 사이에 썩어가는 바나나 하나가 보였다.


-바나나?


나는 바나나를 집어 들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다. 잔뜩 썩어 시커맸지만, 아직 황금빛 잔상이 남아 있었다. 벌레를 손으로 쫓고 바나나를 보듬어 주었다.


-얘, 뭐 하니?


다락방 계단 위로 엄마가 머리를 내밀었다.


-손에 든 건 뭐야?


나는 당황한 나머지 바나나를 뒤로 감추었다.


-그냥 쓰레기요. 다락방 정리하고 있었어요.


엄마는 사라졌지만 나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 내 바나나가 썩어버린 사실을 들키기 싫었다. 


그날 오후, 나는 텃밭으로 내려가 흙을 파 바나나를 심었다. 나는 내일 바나나 나무가 자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있지만 바나나를 심었다. 바나나가 흙으로 돌아가 언젠가 나무가 자라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내 바나나는 썩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또 여러 번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원숭이였습니다. 


TV 화면 속 진화학자가 말했다.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아주 좋아합니다.


저녁밥이 사포처럼 거칠게 느껴졌다. 바나나를 잃은 원숭이는 슬펐다. 바나나가 썩어버린 원숭이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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