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장례식 (1)
오랜만에 다락방에 올라갔다.
뽀얗게 앉은 먼지를 털고 삐걱거리는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켰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어지럽게 놓인 상자들 사이에 썩어가는 바나나 하나가 보였다.
-바나나?
나는 바나나를 집어 들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다. 잔뜩 썩어 시커맸지만, 아직 황금빛 잔상이 남아 있었다. 벌레를 손으로 쫓고 바나나를 보듬어 주었다.
-얘, 뭐 하니?
다락방 계단 위로 엄마가 머리를 내밀었다.
-손에 든 건 뭐야?
나는 당황한 나머지 바나나를 뒤로 감추었다.
-그냥 쓰레기요. 다락방 정리하고 있었어요.
엄마는 사라졌지만 나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 내 바나나가 썩어버린 사실을 들키기 싫었다.
그날 오후, 나는 텃밭으로 내려가 흙을 파 바나나를 심었다. 나는 내일 바나나 나무가 자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있지만 바나나를 심었다. 바나나가 흙으로 돌아가 언젠가 나무가 자라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내 바나나는 썩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또 여러 번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원숭이였습니다.
TV 화면 속 진화학자가 말했다.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아주 좋아합니다.
저녁밥이 사포처럼 거칠게 느껴졌다. 바나나를 잃은 원숭이는 슬펐다. 바나나가 썩어버린 원숭이는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