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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샤 Jul 06. 2024

다락방이었던 루프탑

다락방의 장례식 (8)

김 씨는 설레는 기분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정년퇴직 후 퇴직금을 탈탈 털어 매입한 낡은 건물. 거기에 요즘 유행한다는 에어비엔비를 시작하고자 리모델링에 예쁜 가구까지 들여놓으며 인테리어를 했다.


"재방문을 3회나... 감사합니다... 손님."


김 씨는 서투른 솜씨로 예약 리뷰에 댓글을 남겼다. 손녀가 가르쳐준 대로 이모티콘도 붙여 보았다.


- 잘 다녀갑니다.


리뷰는 짧고 굵었다. 항상 루프탑을 예약하는 손님. 만나본 적도 없지만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내심 실망하던 김 씨에게 처음 생긴 단골손님이었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건물에 도착한 김 씨는 옥상을 둘러보았다. 그는 옥상이 깨끗한 것을 확인하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갔다. 청소도구를 현관에 두고 환기를 하려고 창으로 향했다. 내부는 깨끗했다. 4시간의 대실이긴 했지만, 이부자리까지 어질러진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성격도 깔끔하시네."


김 씨는 중얼거리며 이불을 털었다. 그때 이불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떨어졌다.


"... 벌레?"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젊은 사람들처럼 트렌디한 감각은 없어도 청소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이불에서 벌레가 나오다니!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더기였다.


이상했다.


".... 이게 어디서 나왔지?"


김 씨는 몇 번이고 쓰레기통과 하수구를 청소했다. 이상했다. 어디에도 다른 구더기는 없었다.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청소를 계속했다. 방 전체를 모두 훑은 후에 다시 이부자리로 돌아오자 문득 침대 밑이 눈에 들어왔

다. 요즘 젊은이들은 낮은 매트리스 토퍼를 놓고 바닥에 딱 붙는 편백나무 거치대를 놓는다는 손녀의 조언을 따랐었다. 때문에 침대처럼 그 밑을 청소한 적은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이끌리듯 김 씨는 이불을 걷고 매트리스를 치웠다. 그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에 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나이를 먹고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은 있구나. 그는 생각했다.


***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인적이 드문 교외의 한 주택가. 공간 대여 시설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경찰은 해당 시설에 반복해서 방문한 남자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며 몸을 떨고 있는 최초 목격자 김 씨를 당겨 잡았다.


"최초 목격자이자 해당 건물에서 임대업을 하며 건물을 관리하던 김 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청소를 하던 중 부패한 시신을 발견하였으며, 9개월 전에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용의자가 처음 방문한 것은 공간 대여가 가능해지자마자인 6개월 전. 그 뒤로 두 달, 다시 네 달 간격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범인은 재차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러 이곳에 왔을 겁니다. 게다가 공간 대여가 가능해지자마자 방문할 정도로 초조했어요. 그곳은 시신을 숨길 당시 거주한 곳이거나 피해자가 살았던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파일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곧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10여 년 전 재야에서 나름 유세를 떨쳤다는 사이비 교주 김호봉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다름 아닌 그의 생가였습니다."


기자가 말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그의 사인이 질식사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6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나갔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용의자로 붙잡힌 사람은 치매로 요양원에서만 생활한다는 60대 강묘순이었다. 그녀의 정신과 주치의는 강묘순 씨가 심각한 정신착란과 치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진술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결국 강묘순 씨에게 왜 에어비엔비를 예약했는지, 정말 그녀가 김호봉을 죽인 범인인지 묻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한편, 김호봉 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이비교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자가 말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그에게 당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제보자에 의하면 김호봉 씨는 이른바 ‘영상 시청회’라는 종교적 의식을 통해 자신의 마음대로 피해자들의 행동을 조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계시라고 불리는 영상을 제작하여 피해자들에게 반복하여 보여주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피해자들이 움직이도록 세뇌시킨 겁니다. 피해자들로부터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억에 이르는 돈을 갈취하고 종교 단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각종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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