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21)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다. 단점도 있다. 그리고 장점은 단점과 같다. 예를 들면 보수적인 태도로 팀원들의 반발을 사는 부장은 안정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는 어떻게 보면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동시에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적게 행동한다. 팀원들에게 방어적으로 구는 언행도, 반대로 외부 업체에게는 긍정적인 언행으로 보일 것이다. 인간은 입체적이고 상대적이다. 그래서 완벽한 존재란 없고, 완벽한 생각과 판단이란 없는 지도 모른다.
예전에 애착유형검사에서 혼란형이 나왔었다. 불안 그리고 회피. 회피적인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조금씩 알 것도 같다. 나는 내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회피적이다.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데도, 계속해서 그 감정에서 도망친다. 사귀고 있는데도, 심지어는 장기 연애가 되어도 그 감정을 일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거절당할 두려움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기제로 스스로 몸을 사리는 것이다. 일례로 상대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감정이 드러나는 상황(예로 질투)에서 몹시 당황한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는 몹시 극단적으로 대처한다. (관계를 끝내려고 한다거나)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짜 내 감정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디어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남자친구, 일반적인 남자의 행동과 생각, 장기연애의 모습.. 그런 것들에 사로잡혀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도 괜찮은데, 그러기에는 불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통계적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는 예측에 성공할 때도 있지만, 현실이라는 것은, 특히나 관계는 상당히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모든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가둘 수는 없다. 항상 사람을 대할 때는 그 사람 자체로 대해야 한다. 즉,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오류는 '넘겨짚는 것'이다. 그럼 스스로 미리 실망하고 차단해 버리고, 끝내는 혼자서 마음을 접어버리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경제적으로, 성격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또는 <통념적으로> 더 나아가 <미디어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더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적합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념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진심을 외면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을 것이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청년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자조>라고 했었다. 더 이상 성장은 없을 것이고 지루하고 도태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연애에서 산산조각 난다. 대화를 해보면, <쓸모없겠지-. 소용없겠지-.>라고 느끼던 것들이 모두 해결된다. 매번 우리는 성장한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늘 일어난다. 그리고 또 나는 예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통스러워한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절망하기 때문에. 이유가 뭘까? 나는 왜 이렇게도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넘겨짚는> 것일까.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자 노력할 수는 있다. 나의 미래가 나아지는 가능성도 있다고, 나의 사랑이 특별할 수도 있다고,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멍청하다>고 통념적으로 여겨지는 그 생각들을, 멍청한 미디어와 통념에 나의 온전함을 빼앗기지는 말자. 절대로 지지 말자.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과 사랑을 멍청하고 어리석은 것이라고 치부하지는 말자. 얼마나 절망하더라도, 얼마나 실패하더라도, 나는 괜찮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백번 실패하면 백 한번 들려주자. 완벽이란 없다고. 그 구슬 찾기를 그만 멈추라고. 그러면 비로소 퀘스트가 아닌 나만의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