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에는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인종부터 시작해 신체, 골격, 목소리 등 통일된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다양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유전자"입니다. 유전자는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데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것입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전자이지만 단백질 생성, 면역, 재생 등 인체의 모든 기능과 구조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가 한 사람에서 결정되고 형성되는 하나의 과정에는 상상 이상의 경우의 수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과정을 설명하면 대표적으로 염색체 형성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체는 23개의 염색체 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쌍의 염색체를 형성하는 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 하나의 염색체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는 4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염색체는 총 23쌍이 있으니 대략 70조 개의 경우의 수가 생기기에 과학자들이 살면서 자신과 닮은 도플갱어를 만날 일은 전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70조의 확률을 뚫는 데 성공했다면 과연 동일한 인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 이 과정을 넘었다 해도 그다음으로는 염색체 교차이라는 또 다른 조합 과정이 있습니다. 이는 감수분열의 전기에 일어나 염색체 한쌍이 서로 교차하면서 키아스마 구조를 형성해 염색체 일부 교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은 셀 수 없는 경우의 수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에 결국은 지구에서 부모님도 다른 어느 누군가와 자신이 유전적으로 동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생식세포 분열, 유전자 변이 등이 존재하기에 유전자의 다양성을 야기하는 과정은 한 두 가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래도 같은 종에서 찾는 게 조금의 확률이 높아지는가?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인종 간에도 극심한 차이가 있다고도 합니다. 유럽인이지만 같은 유럽인보다 아시아인의 유전적 서열이 더 유사할 경우도 있으면 서로 외관이 비슷한 사람끼리보다 아예 다른 사람끼리의 유사함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학을 다니면 유전자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은 결국 이런 얘기들은 하나의 사실을 계속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는 유일무이 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사실은 자신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고 소중한 존재임을 시인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월과 열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모가 어떻고, 키가 어떻고, 이런 것들이 유전적으로 다른 것뿐이지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가 우월하지도 자신의 유전자가 열등하지도 않다는 소리입니다. 내가 이런 감정이 들고, 생각이 들고, 독특하다고 평가받는 점들 모두 자기 자신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 자신을 누군가가 평가를 한다는 것은 실례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장애 혹은 어떤 특징에 대해 평가 혹은 가스 라이팅을 하는 행위가 역사적으로 골머리를 앓게 만든 인종 차별과 다른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의 열등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정의로 형성되는 본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