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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일 간의 세계 일주 크루즈

by 윤재 Jan 02. 2025

20. 다시 한번 헬싱키에



눈만 마주치면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는 웨이터들과 달리 오늘 아침 조식 식당에서의 웨이터는 무뚝뚝하네요. 표정도 어둡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멀리 떨어진 가족들한테서 걱정스러운 소식이라도 왔는지 혼자 그 속내를 궁리하게 하더군요. 그에 대한 가벼운 염려와 불편함이 함께 하면서 칼 구스타프 융이 말했던 사회적 가면을 떠올립니다.  칼 융은 지그문드 프로이트와 같은 시대의 사람으로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융은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의 행동규범이나 역할에 요구되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 위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상황에 따른 가면을 바꾸어 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외부에 내놓는 공적 얼굴인 것입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의미하는 용어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의미하는데 융은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이 주변 세계와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즉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회적 가면을 착용하는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 기항지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입니다.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헬싱키는 발트해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북유럽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는 도시입니다. 북유럽의 문화 강국으로 부상되었지만, 스웨덴과 러시아 등 외세의 침략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독립을 선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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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는 넉넉한 풍광, 사진작가들이나 인스타 여행 감성을 즐기기에 좋은 개성이 두드러진 다양한 건축물,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이 된 마리메코, 루미 액세서리, 비에토 등이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분포되어 있으며, 북유럽 요리로 여행자들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도시지요. 도보로 천천히 둘러보아도 좋을 만큼 아담한 규모로 조급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이랍니다. 헬싱키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 핀란드 국교인 루터복음교 총본산인 대성당은 헬싱키 항구 쪽에 있는 초록색 돔 지붕에 순백의 외관이 화려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는 건물인데 이번에는 외관을 수리 중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만큼 녹색 공간이 여유롭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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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마찬가지로 전에 헬싱키를 왔을 때도 여름이었습니다.      



이번 크루즈의 기항지 중에는 전에 가 보았던 장소가  많습니다. 여기 헬싱키도 마찬가지이지요. 첫 방문 때의 설렘과 신기함이 아직도 그리움으로  생생합니다. 헬싱키 기항을 앞두고 펼친 시집에서

윤영초 시인의 <내 그리움으로 있어줘요>가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내 그리움으로 있어줘요>            윤영초     

세월이 흘러가도 변하지 않을 사랑     

언제나 그 자리에 한 그루 그리움 같은 나무로

든든히 자리해 주는 당신이

내 맘에 가득 차 있듯이 곁에 그대로 있어줘요     

계절이 바뀌고 흐르는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쓸쓸하거나 외로워도

바라보는 눈빛만 기억한다면 영원한 사랑일 것입니다.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같아서 아무 말이 없어도

다 보이는 우리 속마음 뒤돌아보는 추억들 간직하듯

서로 위해주는 일만이 훗날에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이 같았으면 합니다     

서로 믿어주는 일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

그대 기억해요  그대 눈빛만 바라본다는 것은

나를 위해 지금처럼 그리움으로 있어줘요. “          


오늘의 헬싱키도 우리를 아니 우리가 그런 마음으로, 그리움의 마음으로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방문이 모두 여름이어서 눈 덮인 핀란드는 영화에서 보았습니다.     


2016년에 개봉한 전도연, 공유 주연의 영화 <남과 여>는 핀란드의 하얀 눈 싸인 도로와 양 옆에 도열하고 있는 파란 전나무가 울창한 숲, 호수 등 차가운 설원에서 뜨거운 끌림을 가졌던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하얀 설원과 숲 속의 오두막, 눈 싸인 하얀 도로와 양 옆에 도열하고 있는 자작나무 전나무가 울창한 숲, 호수 등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배우들의 연기들이 완벽했던 영화라고 기억합니다. 하얀 눈밭길을 사박사박 밟으며 ‘어디 있어요?’라고 찾는 여주인공 전도연의 청아한 음성이 들립니다. 위험하다고 주저하는 여자에게  괜찮다고 분위기 있는 목소리의 남자주인공 공유가 ”괜찮다고 한번 와 보라 “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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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나 관심이 불안보다 크다면 새로운 행동을 실천하지만, 불안이 호기심보다 크다면

위험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주저하는 여자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각자 자녀로 인한 커다란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우연한 만남. 조용하고 깨끗하고 눈이 많이 와서 핀란드가 좋다고 말하는 남자 주인공, 따뜻한 사우나에서 두 사람은 추위에 얼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이며 교류되는 감정을 경험합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뜨거운 감정을 막는 방패가 되고, 잊을수록 좋은 그런 기억으로만 남기에는 진한 여운을 전해주던 잔잔한 음악과 조명이 감각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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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는 음악과 더불어 오랫동안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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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들은 평일에는 바쁜 도시 생활을 영위하다가 주말이 되거나 여름휴가 기간에는 몸과 마음을 단순화하는 시간 숲 속 생활에 몰입하여 에너지를 재충전한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사업 이야기라면 사우나에서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겉으로 보기에 무뚝뚝한 핀란드인들도 사우나 안에서는 대화를 즐긴다는군요.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K-찜질방이 외국인들한테 경험해야 할 이색적인 주요 장소로 손꼽고 소중한 관광 자원이 되고, 또 외국에서도 대형 한국식 찜질방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지요. 미국의 한국식 찜질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온돌 바닥이 깔려 있고 세신 서비스도 제공되고, 한식당이 들어서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10유로를 지불하고 왕복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헬싱키 부두로 갔습니다.

전에 헬싱키에 머물며 여행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다시 가보게 되는 헬싱키가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습니다. 부두에 전과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19세기말 러시아 황제에 의해 수도로 결정된 헬싱키는 당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서인지 냉전시기에 러시아에 갈 수 없었던 영화인들은 헬싱키에서 대신 첩보영화를 찍기도 했답니다.


헬싱키는 ‘발틱의 아가씨’라 칭하는 것은 전통적인 중세, 근세건축과 녹지가 잘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말을 맞이한 헬싱키 시민들이 모두 모였는지, 부두와 중심 거리와 ‘에스파’란 애칭으로 불리는 에스플라나디 공원에는 시민들과 크루즈 관광객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도심의 건물들은 당당하고 웅장합니다. 도로는 넓고 가로수도 풍성합니다. 긴 겨울을 지나고 맞은 밝은 햇살의 주말이 그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웠으리라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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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 북유럽 여행에서도 느낀 것이었지만, 북유럽 사람들은 무척 희고 잘 생겼습니다.

보기 좋더군요. 돌아보다가 중심 상가 Kampo Gallery에서 청결한 화장실도 이용하고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 소식들도 검색했습니다.       

        

셔틀버스 타러 가는 길에 타이치를 하면서 친해진 재스민 가족을 만났습니다.

귀엽고 예쁜 딸도 함께 크루즈 여행 중이라는데 선내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제가 감기로 고전하고 있을 때 재스민은 자신이 효험을 보았다고 하며 vineger Honey를 주었답니다.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지요.

재스민은 싱가포르 출신이고 남편은 호주인으로 둘 다 비즈니스를 한다고 합니다.

휴가를 내고 딸과 함께 이 크루즈 여행을 하고 있으며 도버에서 하선하여 영국에서 3주, 파리에서 2주를 더 보내다가 귀국한다고 합니다. 사진도 같이 찍고 연락처도 교환했습니다.     



저녁때 만난 시쇼부부부는 점심을 카모메 식당에서 먹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우리는 2006년에 개봉된 영화로 카모메 식당을 만났다고 응답했습니다.

카모메 식당은 영화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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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야무진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라는 일본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 길모퉁이에 오니기리(주먹밥)를 파는 카모메 식당을 오픈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무레 요코'의 원작소설로 만들어졌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2006년에 제작한 코미디장르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커피와 갓 구워 낸 시나몬 파이 냄새가 아직도 코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으로 뚱뚱한 동물을 좋아하는 사치에가 핀란드의 뚱뚱한 갈매기들이 좋다며 붙인 이름입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헬싱키에 온 세 사람이 우연히 함께 지내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변하길 바란다.'는 사치에의 따뜻한 대사.

타인의 삶에 대해 겸손하고 배려하는 '사치에'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꼭 필요한 이웃 같습니다.      

영화 속 명대사 ” 제일 맛있는 커피는 남이 타준 커피죠 “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제일 맛있는 남이 타준 커피와 음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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