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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의 진통과 하혈

8시간의 진통과 하혈 320g의 기적, 눈물로 드린 기도

by 새싹맘

입원한 지 5일째.

나는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고 새싹이는 조용히, 그러나 씩씩하게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문득 인터넷으로 28주 아기들의 크기를 찾아보며 "이 정도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리고 오늘 회진에서 들은 말.
“주수에 비해 아기가 참 활발하고 심장도 잘 뛰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의 말에 기쁘지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싹이는 정말 놀라운 아이다.
지금은 겨우 20주 태아지만, 이미 21주 아기의 크기만큼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커가고 있었다.


어제 저녁엔 정말 큰 고비가 있었다.
산모패드 다섯 장을 흠뻑 적실 만큼 양수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콸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걷잡을 수도 없이. 결국 나는 또 다시 분만실로 실려갔다.
8시간 동안 이어진 진통과 하혈, 곁을 지키던 친정 엄마는 그 자리에서 초죽음이 되었다.
당직 의사 선생님은 “자궁 안에 고여 있던 피가 빠져나온 것 같아요”라고 설명해주셨다.
피인지 양수인지 구별도 안 되는 모든 것이 내 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긴 밤이었다.


몸도 마음도 진이 다 빠진 채 맞이한 아침.
나는 속으로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간호사 한 분이 조용히 다가와 내게 말했다. “아기는 잘 버티는데 산모는 왜 이래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깊이 꽂혔다.
마치 새싹이가 “엄마, 이제는 엄마가 힘낼 차례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붙잡고, 오전 9시 잠이 들때까지 안간힘을 다해 내 마음을 지켜냈다.


새싹이는 늘 당당하고 용감하다.
양막이 터지고, 자궁 안에서는 피가 흐르고, 게다가 폴립까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 작은 생명은 꿋꿋이 살아내고 있다. 그런 새싹이를 보고 있으면 늘 내가 문제인 것 같아 마음이 미어진다. 몸이, 마음이, 생각이... 자꾸만 흔들리는 건 늘 나니까.


초음파를 할 때마다 새싹이를 다시 한 번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설렌다.

이 작은 생명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버텨낸 새싹이는 오늘, 드디어 320그램을 넘겼다. 나는 피와 양수를 쏟는 8시간 내내 “하나님, 제발… 새싹이를 살려 주세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를 또 한번 들어 주신 것 같다. 지금 나와 새싹이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벌써 백 명을 넘었다는 말을 들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그리고 오늘, 5일 만에 드디어 대변을 봤다.

병상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생활이지만, 산모패드에 대변을 보는 건 내 존엄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의가 왔을 때, 근육 하나 없는 몸을 이끌고 피와 양수를 뚝뚝 흘리며 정말 있는 힘을 다해 화장실까지 달려갔다. 초시계까지 동원해서 양수 손실을 줄이려 안간힘을 썼다.

화장실을 나올 땐, 작은 승리를 이룬 것처럼 뿌듯하고 감사했다.

남편은 내가 흘린 피와 양수를 닦아주며 조용히 물었다.
“성공…?”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작게 대답했다.
“성공!”


여전히 양수도 새고, 피까지 흐르기 시작했지만, 친정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고여 있던 피가 많이 빠져나온 거야. 이제 점점 줄어들 거야” 그 위로 한마디가 또 다시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과 불안 속에 있지만 그 틈마다 감사와 희망이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지만, 작은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 하나로,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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