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우선인 건..
20주가 되었다.
24주, 그 벼랑 끝의 생존선이 이제 단 3일만큼 가까워졌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버텼다”는 안도감과, “내일도 괜찮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이 동시에 올라온다.
동생이 인공 양수 주입술 치료를 알아왔다. 하루에 최대 100밀리까지 양수가 찰 수는 있다지만, 빵 터진 양막이 과연 복구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내 경우는 졸졸 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좔좔’ 샜다. 아마 정말로 ‘빵’ 하고 터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매일 시간 날 때마다 주치의 회진에서 물어볼 체크리스트를 적어 내려간다..
양수량에 변화는 있는지, 새싹이는 건강한지, 키나 몸무게는 잘 자라고 있는지.
양막이 얼마나, 어디가 손상됐는지. 자연적으로 붙을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양수 주입술은 어디서 가능한 건지.
누워만 있는데 대변은 어떻게 봐야 되는지까지.
사흘째 화장실에 못 가고 있다. 속은 더부룩하고 배는 빵빵해졌는데, 5인실 병동에서 마음 편히 방귀라도 제대로 낄 수 있나. 꼼짝 못 하는 내 몸과 어딘가 눌린 창자가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해결책은 없다.
회진에서 주치의는 양막이 자연적으로 막히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내 동생은 속이 터지는 듯했다.
“24주까지 버티더라도, 대학병원까지 옮기면 입원비는 어쩔 거냐”며 걱정을 쏟아냈다. 자기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지만, 주식에 묶여 있어 당장 손 쓸 수 없다고 미안해했다. 고맙고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분명 하나님께서 모자란 재정이 있다면 채워주실 거라고.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새싹이가 24주를 넘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그 하루가 곧 생명이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버티는 중이다.
다 포기하라고 했던 상황에서 우리 주치의 선생님이 유일하게 나와 새싹이를 적극적으로 받아주었다. 초고위험군 산모인 나를 받아준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병원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고, 이 상태로 20주까지 채운 것도 기적이다.
물티슈로 몸을 닦아야 할 날이 더 길어질 것 같다. 샤워를 못하는 이 상황이 갑갑하긴 하지만, 탓할 수는 없다. 양수를 터뜨린 건 나니까.
동생이 대학병원 입원비를 검색했는데, 화면에 뜬 금액이 110만 원이었다고 했다.
“하루에 110만 원은 아니겠지? 두 달이면… 6600만 원?” 덜컥 겁이 났다.
그 순간 남편이 조기 양막 파수는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대한민국 의료보험, 정말 눈물 날 만큼 고맙다.
며칠 전 취소했던 발리행 비행기표 환불 알림이 도착했다. 출발까지 일주일도 채 안 남았던 표였는데, 없어졌다고 생각한 돈이었는데.. 그 순간, 괜히 울컥했다.
작은 금액이지만, 마치 하나님께서 “내가 너희 재정을 채워줄 거야” 하고 속삭여주신 것만 같았다.
나는 여전히 누워있고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감사와 희망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작지만 분명히 그 따뜻함 덕분에, 오늘도 조심스레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