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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 Apr 23. 2024

24. 호흡의 기술

각성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고자 할 때 일차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바로 호흡법입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는 다양한 호흡법을 이미 공부한 분도 계실 겁니다. 사실 호흡법의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훈련, 무술, 스포츠, 예술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호흡법을 개발하여 사용해 왔지요. 목적도 다양하고 효과도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검증된 방법만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호흡의 기본은 날숨을 잘 챙기는 것입니다.



첫 번째 기술은 날숨입니다. 그렇습니다. 내쉬는 숨을 말합니다. 우리의 각성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첫 단계는 날숨을 잘 챙겨서 쉬는 것입니다. 특히 각성 수준을 낮추고자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기술입니다. 


날숨이야 자연스럽게 쉬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 싶은 분들은 생각날 때마다 자신이 날숨을 충분히 쉬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 중 다수는 숨을 충분히 내쉬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들숨을 쉬거나, 아예 호흡을 멈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저의 호흡 패턴을 꾸준히 관찰해 보니, 숨을 들이쉰 상태에서 오랫동안 내쉬지 않고 있다가, 얕게 내뱉고 다시 들이쉬는 일이 많았지요. 경미한 무호흡 상태가 반복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호흡은 기체를 충분히 교환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각성 수준을 높이고 근육도 긴장시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호흡을 멈춘 상태의 저를 보면 어깨와 목, 턱 부위의 근육이 긴장되어 있곤 했지요.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의 피로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에도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날숨을 깊게 쉬어야 합니다. 날숨을 깊게 쉬면서 어깨 근육과 턱 근육에 힘을 빼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분은 ‘한숨’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숨을 깊게 쉬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분을 위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숨’은 단순히 불만스러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활동이지요. 


앞서 소개해 드린 호흡 연구자 델 네그로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5분에 한 번씩 한숨을 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폐가 원래의 리듬과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아기들을 잘 관찰해 보면 주기적으로 한숨을 쉽니다. 심지어 강아지들도 한숨을 쉴 때가 있습니다. 물론 주인의 재롱이 한심해 보일 때나 산책 가는 줄 알았다가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주로 한숨을 쉬지만, 원활한 폐 기능을 유지하고 각성 수준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한숨을 쉽니다.  


한숨은 좋은 것입니다. 예의 없어 보인다고 생각되면, 눈에 띄지 않게 몰래 한숨을 쉬기 바랍니다. 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 천천히 깊게 내쉬면 되는 것이지요. 턱과 어깨에 힘을 빼면서 숨을 내쉬는 겁니다. 특히 평소 각성 수준이 높거나 쉽게 긴장하는 분이라면 주기적으로 날숨을 챙겨 쉬기 바랍니다. 날숨만 잘 챙겨 쉬어도 여러분의 각성 수준을 감내영역 안에 머무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번째 기술은 복식호흡입니다. 복식호흡은 잘 알려진 기술입니다. 성악을 배워 본 분들이라면 이미 복식호흡법을 잘 아실 겁니다. 맞습니다. 배로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복식호흡은 안정적으로 발성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호흡을 깊게 함으로써 각성 수준을 낮추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복식호흡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 원리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다음에 제시된 복식호흡법은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에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방법입니다. 


1. 무릎을 구부린 형태로 바닥에 누우세요. (앉은 자세에서 해도 괜찮습니다.) 

2. 한 손은 가슴 위에 얹고, 다른 한 손은 배 위에 얹으세요.  

3.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공기가 아랫배로 향하도록 합니다. 가슴 위에 얹은 손은 움직이지 않고, 배에 얹은 손이 배가 부풀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도록 합니다. 

4. 배가 팽팽해지면 살짝 오므린 형태의 입술 사이로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배 위에 얹은 손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천천히 숨쉬기를 반복합니다. 


어떠신가요? 어렵지 않은가요? 평소 배로 숨을 쉬지 않았던 분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분은 할 수 있는 만큼만 시도하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익숙해질 겁니다. 


복식호흡이 익숙한 분은 배를 움직여 호흡을 하면 더 좋습니다. 코로 숨을 들이쉬어 배를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배를 부풀려서 코로 공기를 끌어들이는 느낌이지요. 그렇게 호흡을 하면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호흡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복식호흡 훈련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일정한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일과 전이나 잠들기 전과 같이 충분한 여유가 있을 때 하면 좋겠지요. 어느 정도 복식호흡이 익숙해지면 다양한 자세에서 복식호흡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정해진 자세와 흐름을 그대로 따르면서 규칙적으로 연습하기 바랍니다. 





세 번째 기술은 느린 호흡입니다. 이 기술은 복식호흡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자세에서 어떤 방식으로 호흡을 하든 천천히, 느리게 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로 느려야 하는가는 사실 정답이 없지만, 호흡훈련을 체계화한 다양한 전통에서 놀랍게도 5.5초에서 6초 정도의 간격을 공통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6초 동안 들이쉬고, 6초 동안 내쉬는 겁니다.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떠신가요?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은 이미 느린 호흡에 익숙한 분들일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너무 길다’고 느껴질 겁니다. 숨이 막혀서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분들은 시간을 줄이기 바랍니다. 괴롭지 않은 수준에서 최대한 느리게 숨을 쉬는 겁니다. 3초여도 좋고, 4초여도 좋습니다. 일단 시작해 보고, 익숙해지면 시간을 조금씩 늘리기 바랍니다. 들숨과 날숨의 시간을 다르게 하고 싶다면, 날숨을 좀 더 길게 하면 좋습니다. 


네 번째 기술은 빠른 호흡입니다. 빠른 호흡은 각성 수준이 지나치게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각성 수준이 높아서 걱정인 분은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기술이지만, 각성 수준이 너무 낮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평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속도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호흡하는 겁니다. 평소 2초에서 3초 간격으로 숨을 쉬는 경향이 있다면, 1초 간격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지요. 이 호흡법은 오래 지속하지 않고 수 차례 반복한 뒤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긴장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네 가지 호흡기술을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특히 각성 수준을 효과적으로 낮추길 희망하는 분은 앞의 세 가지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두는 것이 유용할 겁니다. 호흡기술은 다른 각성조절 기술에 포함되기도 하며, 함께 병행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하게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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