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쓰고 그려서 에세이를 출판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브런치 작가로 입문까지 했지만,요샌 글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나를 위한 성찰 일기는 써도 독자를 위한 글은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가해보니 이러저러한 이유가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내 감정을 굳이 남들에게 읽을거리로 내보일 필요가 있을까? 일기는 날감정을 쏟아내니 감정 해소라도 되지만 독자를 위한 글은 문장을 다듬다 보면 감정이 정제되어 젠체하는 말투만 남는 것 같아. 공감하는 글은 도대체 어떤 글이지? 내 글은 아무리 써도 꼭 일기 같아. 누가 내 글을 읽고 싶어 할까….’
사실 이건 글을 못 쓰는 이유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라도 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궁시렁거리는 이유가 많다는 것은 글 쓰는 일이 재미없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처럼 말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글을 쓰지 않는 진짜 이유는 오히려 글을 너무 잘 쓰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폼나는 글을 쓱쓱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그림도 그렇습니다. 정말 질투 나게 부럽습니다. 내 글과 그림을 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기 때문입니다.
비교하는 마음은 늘 모든 불행을 뒤따르게 만듭니다. 이런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일기 같은 글을 썼으나 이상하게도 부끄럽지 않네요. 감정이 정화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글쓰기 슬럼프가 왔을 때는 일기 같은 글쓰기도 좋은 처방책인 것 같습니다.
* 종이 드로잉만 고수하다가 최근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쉽게 수정할 수 있고 지우는 것이 번거롭지 않아 그림 슬럼프가 왔을 때 딱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