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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Oct 24. 2022

드로잉 저널을 시작하다.

내면의 자유를 위하여


컨투어 드로잉 연습을 하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먼 북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드로잉 저널을 시작했다.


2021년 4월 그림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실력을 키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블로그에 1일 1드로잉 결과물을 업로드하기로 다짐했다. 빼먹은 날이 거의 없다시피 꾸준히 해왔지만 1년쯤 지나자 지겨워졌다. 어느 날은 쓱쓱 잘 그려져 드로잉 실력이 좀 늘었구나 싶다가도, 또 어느 날은 아무리 지우고 닦고 다시 그려봐도 선 하나 제대로 긋지 못해 좌절했다. 초보자일 땐 불안정한 실력에도 오히려 그런가 보다 하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전혀 되지 못하는 어설픈 그림 실력에 그만 질렸다.


'아, 드로잉 실력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가 보다. 결국 재능 문제인가?'


또다시 슬럼프가 찾아왔으나 매일 해오던  1일 1드로잉 인증 미션은 그만두지는 못했다. 잘 그릴 필요 없이 인증만 하면 되는 까닭에 눈앞의 핸드 로션을 컨투어 드로잉 기법으로 그렸다. 그저 눈을 따라가며 생각 없이 펜을 죽죽 그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면의 자유'를 위해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넌 아직 부족해.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남들이 칭찬할 만큼 좀 더 연습해야지!"

외부 평가에 흔들리않을 만한 그림 실력이 아니라며 더 노력할 것을 엄하게 꾸짖는 목소리에 그만 짜증이 폭발해버렸다.


"됐어. 그만해! 왜 자꾸 나더러 아니라고 하는 거야! 난 그냥 그리고 싶어!"

무작정 욕실로 가서 매일 사용하는 헤어 제품 3가지를 들고 나와 씩씩대며 그렸다.

그렇게 첫 그림일기를 완성하고 나자 가슴속 응어리가 훅 풀렸다.


"역시 내 이야기를, 나를 그려야 했어."

나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 잘못되었다는 생각, 계속 고쳐야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 그 생각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시원했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확신이었다.


첫 그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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