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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울조 Apr 01. 2024

5년 간의 수감생활

내 병이 나은 걸까?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았다.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고 있자니 이제는 약 때문에 내가 괜찮은 건지 아니면 내가 다 나아서 괜찮은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분명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론 내게 맞는 약을 먹으면서 내 몸이 점점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나 사고의 흐름 같은 것이 이전에는 극단으로 치달았다면 이제는 좀 더 주변을 볼 시야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가 어떤 때가 정상적인 나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였는지 아니면 뭔가 해야 한다고 안달복달하면서 회사 입사 원서를 넣고 학원을 몇 개씩 등록하는 게 진짜 나였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각각의 시간에서 나는 내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물론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서 그 목소리의 대다수는 진짜 나의 목소리라기 보단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 또는 부모님의 말이나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줬던 사람들의 목소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약을 먹고 내 안의 소리가 잠잠해지는 순간 나는 진정한 고요를 느낄 수 있었다. 시끄럽던 것들이 사라지고 지금 현재, 내 눈앞에 있는 것에만 시선이 맞춰졌다. 누구의 지시나 명령도 아닌 그냥 내 마음과 내 행동이 일치하는 나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잡음이 사라지자 진짜 내가 조금씩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항상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목소리인데 약이 되었든 치료가 되었든 간에 이런 것들로부터 사라지지 않은 유일한 것은 이런 작은 나였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지도 이제 햇수로 5년이 넘어간다. 각각의 시기동안 나를 부정하고 의사 선생님을 의심하고 심지어는 세상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항우울제는 기본이고 수면제도 먹고 불안을 누르기 위한 명상도 했었다. 어찌 보면 나를 살리려는 일환으로 갖가지 것들을 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모든 방법들에 매달렸던 때 나는 정말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살기 위해 온갖 것들을 다 하면서도 매일 밤마다 죽게 해달라고 빌었다. 종교도 없고 믿음도 없는 나의 기도가 먹히지 않은 것인지 여즉 살아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던 것 같다. 지금은 적당히 누워있고 적당히 밥을 먹고 적당히 글을 쓴다. 모든 면에서 최고가 아닌 적당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마냥 죽고 싶지 않고 햇볕을 좀 즐길 수 있고 이제는 봄 내음도 퍽 반갑다. 한 없이 우울 속으로 꺼질 때 찾아오는 봄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생명이 움트는 계절에 죽고 싶은 내 마음은 정말 죄악처럼 느껴졌다. 5년. 그 시간들이 내 기억에 또렷하지 않다. 감옥에 다녀온 듯 모든 시간들이 잿빛이었다. 







지금은 명상도 하지 않고 기도도 드리지 않는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듣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낀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고 어느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이쯤이 되니 내가 좀 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5년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듯이 이런 잠깐의 평화가 마냥 영원하지 않을 거란 것을 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완치라는 단어를 내가 들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매번 나에게 찾아오는 우울이 이전 보단 덜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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