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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재해석

by 지음

‘키루스의 교육’에서 병사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 글을 쓰다가 멈춰 생각해 본다.

내 이름의 역사에 대해, 나는 내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등


나는 나의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 이름을 바꾸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냥 밉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하지만 또 밉게 보이는 애증 관계였다. 어쩌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나 내 이름을 좋게 보지 않으니 그 의미를 되새기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박. 지. 경

지경이라는 이름에 앞에 ‘요’를 붙이면

요지경이다.

초등학교 때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는 내 이름과 연결되어 정말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에 요지경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차례 된서리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내 이름이 지경이라는 말을 듣고 지인이 ‘지경을 넓혀라’라고 성경 말씀에 있다는 것을 전해주셨다.

주변의 경계를 허문다는 뜻 비슷하게 들었던 것 같다. 지인의 말에 한참 성인이 된 나이에 조금 나의 이름에 좋은 뜻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지경을 넓히다’는 말은 지역의 경계를 넓히다는 뜻으로, 국가의 경우에는 영토를 넓힌다는 뜻이 있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는 뜻이란다.


그래서 오늘 마음먹고 찾아본다.

지초 지 芝 향기가 나는 풀의 뜻도 있고, 십장생에 속하는 영지버섯을 뜻하기도 한다.

십장생 : 오래 살고 주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해 산 물 돌 구름 솔 불로초 거북 학 사슴까지 열 가지를 말한다.

그 중 불로초가 영지버섯인 것이다.


‘경涇’은 두가지 뜻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곧을 경’과 ‘지름길 경’.

다시 더 찾아보니, '물이름 경'이라는 한자가, '물의 이름', '통하다', '흐르다', '곧다', '곧게 흐르다'를 뜻함을 알았다.


그리고 ‘지름길 경’

지름길을 가려면 일단 두 지점이 있어야 한다.

시작점과 목표점인 도착점.

지름길을 생각하고 가지 않아도 정확한 시작점과 목표점이 있다면 그 길이 아마 제일 빠른 길일 것이다.

‘경’의 두가지 뜻이 다른 듯 해도 상통한 의미가 있다.

곧게 가면 빠르게 도달하니 지름길처럼 빨리 도달한다는 의미가 되어 나에게로 온다.


내가 정리한 내 이름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하나이고,

물이 땅에서 샘 솟는 시작점에서 굽이굽이 온갖 장소를 다 구경하고 지나오더라도 마지막 목표점을 도달한다.

이름따라 간다는 말도 그 말을 해석하는 자신의 생각을 따라 살아간다는 말인 것 같다.

이제까지 보편적인 남들이 부르고 남들이 해석한 이름으로 살았다면 오늘부터는 내가 해석한 뜻대로 살아가려 한다.


매번 불리우는 이름을 재해석한 것뿐인데 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다시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다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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