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

-관심이 큰 쪽-

by 지음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이사 가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목록을 작성하고 빠르게 진행했다.

에어컨, 정수기, 인터넷, 식기세척기 이전, 동사무소에 가야 하고,

지금 생각하니 또 안 한 일들이 생각난다. 일단 그건 내일.


이사 날짜가 정해지고 할 수 있었던 예약들은 바로 하면 됐는데 미뤘다.

고객센터 전화해서 상담원과 연결하는 것이 싫은 일 중에 하나이다.

뭔가를 하기 위해 계속 기다려야 하고, 계속 설명해야 한다.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마도 계속 뒤로 미뤘던 것 같다.


인내로부터 물러서야 한다.

인내는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초점을 맞추면서 밸브가 열려 있는 체하지만

사실은 밸브가 닫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탁월한 진행자이므로,

우주에 기회를 주고 방해하지 말라.

그 일을 우주에 맡기고,

당신의 자기 에너지를 보냈으면

이제 차분히 이루어지도록 바라보도록 하라.(주1)


억지로 번호를 누르며 전화하기 싫은 티를 아무도 없는 집에서 팍팍 내면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신경을 쓰면 그쪽으로 에너지가 몰린다.

내 마음이 전달이 되었는지 전화 연결은 어려웠다. 상담원과 어렵사리 연결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한다. 대화를 해서 이런 걸 원한다고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어찌 됐던 전화는 해야 할 일이었다. 불평만 하고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전화를 들고 기다렸던 것은 내가 원하는 날짜에 제품들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급선무다.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는 쪽이 아닌 나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사람을 만난다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기다림이 길었어도 상담원과의 대화에서도 조금 더 상냥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전화해서 예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정말 전화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기다렸다 예약했다.

마음 고쳐먹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또 제일 쉬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고쳐먹고 정말 차분히 순응하니 순조롭게 일이 진행이 되어간다.


이제껏 진행이 순조롭지 못한 일들을 되돌아본다.

에너지를 어느 방향으로 쏟고 있었는지 말이다.



주1> 여기가 끝이 아니다, 린그라본.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7화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