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왜 전부 어정쩡하게 하는 걸까?”
저번에도 하교후 아들이 짜증을 내면서 했던 질문이다.
그때는 “아니야. 왜 그런 생각을 하는거야? 너 잘하는 것도 많잖아.“
다독였다면, 오늘은 조금 매몰차게 이야기 했다.
”지금, 네가 학원 안 다닌다고 해서 다 그만두고, 학원 하나 겨우 다니면서 학원 가는 아침에 그렇게 숙제를 하고 있으면 어정쩡한 느낌이 드는 것이야!! 너가 간절함이 없으니 어정쩡한 거지!!“
나도 모르게 필터링없이 말이 터져 나왔다.
아들 이야기도 더 들어주고 이해해줘야 하는데 아들의 걱정은 무시하고, '나의 화’만 또 날뛰고 있는 것이다. 막!막! 나오는 말들에게 ‘아~!! 더는 안돼!!’라는 외침에도 입에서 계속 타박과 강압이 섞힌 험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
아니, 속시원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겉으론 '화'를 표현하면서 사실 속내는 '자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평소 2절, 3절까지의 잔소리는 맥없이 입에서 배속으로 삼켰다.
당연히 내 속마음을 모르는 아이는 엄마의 뒤이은 잔소리가 없어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이어서 좋은 말로 다독여주지 못했다.
‘아이가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났구나!’
아이를 황급히 내려주고 내달렸다.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어떻게 화를 잘 내야 하는지 반평생이 되도록 방법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유해진다는데 나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아들에게 부끄러웠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분노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 걷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몸과 혀를 다스리지 못하면 분노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세네카는 또 화내는 버릇을 없애려면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낼때의 모습을 잘 살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화를 내고 있을 때의 모습, 즉 마치 술 취한 사람이나 짐승처럼 붉어진 얼굴, 증오에 찬 추한 표정으로 불쾌한 목소리를 꽥꽥 지르며 더러운 말을 뱉어 내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런 추태를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라고 했다.<주1>
이런 저런 일들이 나를 화내게 '만드는' 것은 내가 원래 화가 나 있기 때문<주2>이라고 한다.
항상 마음속에 화가 터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그럼 안 좋은 습관으로 고착이 되었다는 말인데, 어찌됐던 간에 바꿔야 한다.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태로 살 수는 없다.
특히, 아이들과 남편에게...
의식적으로 세네카의 말대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야겠다.
그리고, 충격요법으로 화를 낼 때 포착해서 스스로 거울속의 험악해진 얼굴을 보던지, 아님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화내는 모습을 찍어 달라고 해야겠다.
아직도 나는 나와 싸우는 중이다.
아니, 어쩌면 이제서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와의 전쟁은 나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와 싸워야겠다.
아이들에게는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이제부터 침묵, 침묵, 침묵하며 나부터 키워야겠다.
주1>레프 톨스토이 저, 인생이란 무엇인가
주2>데이비드 호킨스 저, 놓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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