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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동성애?

by Zarephath

중학교-남자중학교임- 다닐때 노래를 매우잘하는 후배 녀석이 있었다. 생긴 게 그리 여자 같지는 않은데, 감출 수 없는 여성성이 가득한 녀석이었다. 당시 음악 선생이 나를 그 아이 전담 피아노 반주자로 지정을 해놔서 나는 그가 이런 저런 대회를 다닐때 마다 따라 다니며 그 아이의 노래에 피아노 반주를 해 주곤했다. 두 사람이 급격히 친해질 때 매개체 중에 음악만한 것이 없다. 같은 노래를 동시에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되는 판인데, 나 없는 노래 없고 그 아이의 노래 없는 내 연주가 없는 그런 관계는 서로를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로 만든다. 그 아이와 나도 그런 비슷한 관계가 되었다. 내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아직 변성기 전이라) 천상의 천사가 노래하는 것 같았고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내 피아노 연주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손가락이 움직일 정도로 그의 노래에 깊이 빠져 있었다. ’야 넌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냐?‘’선배가 반주를 잘 해줘서 그렇지.’ 그와 나는 점점 노래 연습 시간 외의 시간도 함께 보내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이런 저런 놀이들을 하며 보냈는데, 그 아니는 집에 누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이고 난 헝제 둘에 둘째였다. 놀면서 어느날 장난삼아 그 아이의 고추를 만진 적이 있다. 보통 남자 아이들이 하는 짓이라 별 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기분이 이상하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면서 서로 어색해졌다. 그 날을 그렇게 해어지고, 다음날, 다시 모여 여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같이 놀다가 또 그 아이의 고추를 만졌다. 그 아이는 그대로 짐을 싸고 나를 쏘아보더 자리를 떠버렸다. 선생한테는 몸이 안좋아서 일찍 간다더라며 둘러댔는데, 이 어색한 분위기를 그냥 둘 순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어제 왜 그랬냐며,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아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선배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장난이야? 내 마음은 생각해봤어?‘ 라는 것이었다. 어, 이거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됐단 걸 깨달았다. 이대로는 연주도 제대로 안될것 같아 선생에게는 사정이 생겨 반주를 더 이상 못하겠다고 얘기하고 그 곳을 탈출해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날 좋아했던것 같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성숙한 아이였음이 틀림 없다. 철없시 고추만지기 장난이나 치고 있는 내가 그에게는 그의 소중한 부분을 만지는 것을 허락해 준 일종의 사랑의 행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난 그것도 모르고 철없는 중학교 소년처럼 뛰놀며 고추나 만지고 다녔으니,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심지어 난 내가 그 녀석의 고추를 만질때 비명을 지르는 것이 잼있다며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 녀석은 졸업식날 내게 꽃다발 한다발을 건내고 휙 돌아서 가버렸다. 언제 한번 연락 하고 싶어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연락을 했더니 연락이 닿았다. 반갑게 안부인사를 하긴 했어도, 그의 연락처를 말해 준다거나 만나자고 하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춘기 시절 성에 눈뜰 나이의 내 대상은 동네 누나도 아니고 그 지역 최고미녀도 아니고, 그저 피아노 반주해 주던 내 후배 녀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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