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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연애기

by Zarephath

그녀는 대학 입학식 때부터 한 눈에 들어왔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주근깨 빼빼마른 그녀의 외모는 나를 한번에 사로 잡았다. 그때만 해도 차인 상처가 누적되기 전인 상태여서, 용기 백배하여 그녀에게 작업 들어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나 너에게 특별한 관심 있다고 얘기한 후 같은 기독교인이라 교회도 같이 가자 그러고 전투적인 나의 작업은 한참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나에게 돌아온 답변은 대입이라는 환경의 변화가 너무 커서 내적 갈등이 심하므로 너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뭐, 한마디로 차인 것이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학교에 다니던 중, 그 아이와 다른 남자애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머, 썸타는 것이었다. 너무나 큰 환경의 변화에서도 그 남자애를 받아들일 공간은 있었나보다. 결국 그 둘은 C.C가 되었다. 첫 시험 후 그 여자 애는 1등을 했고 그 남자애도 5위권 정도로 최 우수 급에 들어가는 애들 이었다. 그게 더 분했다. 난 네가 그렇게 똑똑한 아이인지 뭔지 알기도 전에 순순히 너의 모습에 반했을 뿐이라구. 어쩔 수 없었다. 공부까지 잘하는 그들은 유명한 C.C가 되었다. 거의 4년 가까이 서로 사귀며 붙어 다녔으나 볼꼴 못볼꼴 다 보는 사이가 됐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아이 주변을 어색하게 어슬렁거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문득 도서관에서 복숭아 꽃 향기를 맡았다. 그 향기에 취해 정신 못차리던 나는 그 향기의 진원지인 여자 애에게 고백을 했고, 말도 해보기 전에 눈빛으로 차이고 말았다. 고백은 편지로 했는데, 차이는 건 눈빛으로 차인 것이다. 차인 상처가 누적되어가던 나는 모든 자신감을 상실한 채 이제 그 아이를 도망다니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1년 후배인 그 아이가 저 멀리에서라도 보이면 얼른 방향을 틀어 후다닥 내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마침 집안 사정도 안좋고 더 이상 학교 생활을 버티기가 힘들어 휴학을 했다. 휴학을 했다 복학을 하면 복숭아 꽃 그녀와는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사실 더 큰 일 이었지만 그 당시로는 가장 멀리 도망갈 수 있는 길은 휴학 뿐이었다.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하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죽고 못살 것처럼 붙어다니던 그들은 내가 휴학을 하고 곧 깨졌다 한다.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이다.쳇, 그럴 거면 나한테나 기회를 줘 보지. 여튼 나는 입학식날 반했던 아이의 남친이었던 애와, 복숭아꽃 그녀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스트레스였다. 주근깨 빼빼마른 그녀는 나보다 상급학년이 되어 있었고 복숭아꽃 그녀는 여전히 한 교실에서 날 짐승보듯 하였다. 그런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합기도를 배웠다.매일 아침 땀을 빼고 등교를 하면 그나마 좀 견딜만 했다. 그러다가 꼴배기 싫은 놈 하나 줘 패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나한테 맞은 놈이 폭행으로 고소라도 해서 나한테 실형이라도 떨어지면 어쩔 뻔 했는가? 여튼 좌충우돌 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일이년을 보내니 어느덧 졸업할 때가 왔다.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보고 나는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해서 돈 맛을 보고, 차도 사고 이래 저래 시간을 보내다 공중보건의로 입대를 했다. 그러면서 인근 응급실 간호사를 한명 알게 됐는데,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성녀의 분위기에 그만 반해 버렸다. 정신 없이 그녀를 쫓아 다녔는데, 세상살이 다 그런 건지 의사가 간호사를 좋아하니 그렇게 쉽게 맺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 꽤 오래 사귀었다. 사귀다가 어머니께 소개시켜 드리니 어럽쇼, 난 우리 엄마가 그렇게 속물인 줄 몰랐네, 간호사라서 안 된다는 거였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간호사한테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에 부딛힌 나의 첫 연애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그녀도 몇번 그런 일을 겪었는지 순순히 물러 나는 것이다. 젠장, 그러다 어느 선교단체에서 물리치료사가 직업인 나보다 어린 여자애를 만났는데, 꽤 오래 사귀며 선교의 비젼을 공유했다. 아마도 선교의 비젼을 공유하고 있으면 신께서 도우셔서 맺어주실 것이라 착각했었나 보다. 우리 어머니의 속물 근성에는 씨알도 안먹히는 것이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여기엔 들이 댈 어떤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와도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연애엔 자포자기를 하고 있던중, 엄마가 선을 보러 나가랜다. 치과의사란다. 이가 갈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를 악물고 나갔다. 이만 한번 악물면 결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도 나랑 비슷하다 하니 지금껏 결혼 못한 치과의사면 거의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효도나 하자는 심정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 무슨 신의 섭리인가? 세상에서 그렇게 선녀같은 여자는 처음 봤다. 아니 어찌 저런 여자가 아직 결혼을 못해서 선을 보러 다닌단 말인가? 나는 이해가 안됐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 그간 차이고 이별한 트라우마가 누적되어 있던 터라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근데, 어라? 그 여자가 날좋아하는 눈치다. 저런 천사같은 여자가 나 어딜봐서 좋아하는 거지? 난 정말 이해가 안됐다. 조금씩 마음을 열며 가까워 지고, 마침내 우리는 결혼을 했다. 엄마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 아들 정도면 저 정도 여자는 되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한가지 엄마가 간과한 일이 있다. 우리는 결혼을 하고 애를 셋이나 낳았다. 애 셋을 낳고 육아하다 보니 우리 엄마의 기대대로 아내가 치과의사로서의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며느리 덕 크게 볼 심산이었는데, 이건 뭐 일반인 전업 주부랑 결혼한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첨엔 나한테 볼멘 소릴 하더니 애가 자꾸 나오고 육아를 해야 하다 보니 볼멘 소리는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선녀같은 여자와 애를 셋이나 낳고 살고 있다. 언젠가 선녀복을 입고 천상으로 가버리지나 않을까 겁이 날 정도이다. 이제는 그 간의 여자들을 반대해 준 엄마가 고맙기 까지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나의 가족들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그리고 좌충우돌 나의 연애기 또한 이렇게 막을 내린다. 해피엔딩이다. 이쁘고 착한 선녀같은 여자랑 살고 있으니 내가 위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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