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간 단단해진단다."
뉴질랜드에는 커다란 나무가 많다. 당연히 나보다 더 오래 살았겠지? 그럼 속은 얼마나 단단할까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커다란 나무다. 잔잔한 뿌리조차 나의 허벅지보다 두껍다.
그러다 용산의 종합노인복지관 앞에서 만난 할머니가 생각났다. 추운 11월의 가을, 서서 책을 읽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백발의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셨다. "아이고 춥다. 여기 의자에 앉거라", "감사합니다, 그쵸 이번 가을은 춥네요"
도로엔 은행잎이 떨어져 있었고 그 길 위로 많은 차가 달려서 그런지 은행잎이 그림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길에 붙은 나뭇잎이 예쁘다며 보라고 하셨다. 우리 앞엔 3그루의 나무가 있었고 가운데 나무만 신기하게 잎이 달려 있었다. 그러다 할머니께선, 저 가운데 나무만 잎이 달려 있다고, 저렇게 버티다 보면 살아남는다고, 강해져야 한다고 하셨다. 마침 이어폰에서 Corinne Bailey Rae의 "Put your records on"이 흘러나왔고 뭔가 모를 긍정적인 기운을 느꼈다.
새로운 곳에서, 특히 외국에 산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뉴질랜드에 가기 전, 한국에서
"뉴질랜드에서 꼭 바로 서서 오겠다고, 두껍고 단단한 나무가 되어 우리 가족의 울타리가 되겠다고, 나의 간절함, 반발감, 굴욕감 등이 나를 더 성장시키기를.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기를." 라며 다짐했건만 힘든 일에 닥치게 되면 그냥 무너져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좌절해선 안 되지.
이곳에서 만난 하루하루의 일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주니까.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맨발로 잔디를 밟거나 요란하게 웃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감을 마구 표현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으니까.
이를 더 누려야지.
그리고 더 단단해져야지.
그날의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