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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Oct 31. 2023

어느 때가 가장 좋았습니까

이십 대가 가장 좋았다. 중고등학생 때는 글쎄, 그때는 공부하느라 좀 답답했고(잘하지도 못했으면서) 대학교 입학부터가 히트였다. 항상 신이 났다. 술도 많이 마시고, 이성들과 많이 놀고, 내가 하고 싶은 거 실컷 다했다. 아르바이트가 하고 싶으면 면접 봐서 했고, 선거운동이 하고 싶으면 지원해서 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000입니다’ 자기소개하는 것도 좋았다. 뽀뽀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그리움 가득 묻힌 편지도 써보고 하여간 그땐 웬만해선 다 좋았다.


그때 참 좋았는데.


그런데, 지금은 왜 그때만큼 좋지가 않을까.


뭐가 다르길래?


다를 게 없는데.


뭘까.


눈을 감고 호흡을 의식한다. 시계를 떠올리고 초침이 딸깍딸깍 움직이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일초, 이초, 삼초, 째깍째깍. 마음이 차분해졌으면 내 머릿속 타임머신을 과거로, 좋았던 날의 나에게 보낸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데려와서 감정과 기분을 이식한다. 차츰 기분이 좋아진다. 들뜨고, 설렌다. 괜히 신이 난다. 이제 눈을 뜬다. 아직 그 기분이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발견한 타임머신이다. 아직은 지속 시간이 짧지만,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과거의 감정을 현재에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 있다. 그 말인즉슨, 가장 좋았던 때처럼 현재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발견이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하고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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