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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Nov 05. 2023

짧은 글쓰기가 책이 되겠어?

마라톤을 해본 적이 있다. 팀장님이 만든 사내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을 했었다. 바지에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거라 가성비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팀장님과 친한 다른 팀 팀장님들도 많이 가입을 하고 있었던 지라 두루두루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


42.195Km를 달리는 풀코스는 아예 처음부터 마음에도 없었고 매번 10Km 코스만 뛰는 식으로 회원 자격을 유지했다. 5시간을 달려야 하는 풀코스와 달리 10Km는 뛰든 걷든 1시간이면 얼추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야심 차게 출발해서 한 30분 정도 달리면 슬슬 숨이 차고 하기 싫어지기 시작하는데,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부터 시작해서 그냥 집에 가버릴까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실제로 지하철역이 보이길래 아, 몰라하며 집에 간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결승점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반겨주기도 하고 메달도 받고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도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정혜윤 님의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라는 책을 읽고,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내가 열심히 글쓰기를 하면 그게 책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어느 정도 책 쓰기를 염두에 두고 글쓰기를 해야 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라톤과 같다. 10Km를 10번 완주했다고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두고 연습을 해야 한다.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서서히 늘리고 주법이나 페이스 조절도 철저하게 풀코스에 맞춰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완주할 수 있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10Km? 그건 전략이랄 것도 없이 그냥 들입다 달리면 된다. 한 가지 노하우가 있다면 느리더라도 계속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친다고 중간에 걷기 시작하면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져서 완주가 더 많이 힘들어진다 정도고, 나머지는 뭐 그냥 그런 거 없이 쭉 달리면 된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달리는 사람과 그냥 달리는 것 자체가 힐링이고 목표인 사람. 그리고 달리다 보면 뭐라도 생기겠지 하는 사람 중에 나는 세 번째 타입인 것 같다.  


짧은 거리를 매일 달린다. 중간에 절대 걷지 않고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며 내게 맡는 주법과 호흡법을 익힌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도 찾아낸다.


연습도 중요하지만 목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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