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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Nov 07. 2023

메인이 무엇이냐

토요일은 와이프 따라서 쇼핑도 하고 샤부샤부도 먹고 그녀가 원하는 걸 다 했다. 일요일은 비도 오고 딱히 일정도 없어서 오롯이 내 시간을 조금 가져도 좋겠냐고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막상 자유가 생기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뭐라도 좀 써보자 싶어서 끄적이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잠깐 잤다. 워워 정신 차려야지 어렵게 확보한 황금 같은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순 없잖아 하면서,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한판하고 다시 앉았다. 잠시 사색에 빠졌는데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그 감정을 붙잡고 ‘진행시킬 수 없는 마음‘을 썼다.


너무 방에만 있었나 싶어서 거실로 나와 와이프에게 ’순대 먹으러 가자!‘고 소리쳤고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낙서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이것저것 하다가 일찍 잤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까.


월요일 아침.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정류장에 서 있는데 글감이 떠올랐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어 메모장 앱을 열고 타이핑했다.


’메인이 무엇이냐. 작가 본캐 회사원 부캐‘


나는 작가가 메인이고, 회사원이 서브다. 집에만 있기 좀 그래서 지금 글감을 수집하러 나가는 중이다. 어디로? 회사로. 회사에 가면 미운 사람, 고운 사람, 이상한 사람, 짠한 사람, 늙은 사람, 어린 사람 다 만날 수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에피소드도 생긴다. 그리고 출퇴근 길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산책인 셈이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쓴 편성준 작가는 네 번 접은 A4 용지와 볼펜을 들고 성북동을 산책을 하며 글감을 모은다고 했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도 동인천 일대를 산책하며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렸다고 하는 거 보면 역시 작가에게는 야외 활동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간다.


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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