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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Nov 07. 2023

시작만 열 번 하세요

나는 시작은 잘하는데 끝이 항상 애매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딱 반만큼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맥북으로 BGM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미디 음악을 만드는 건데, 미니 건반을 맥북에 연결해서 비트를 찍고 멜로디를 넣고 각종 효과음(샘플이라고 한다)을 대충 섞어서 만든다. 그리고 그걸 사고파는 플랫폼에 올린다. 이걸 누가 사냐면, 유튜버들이 산다. 음원 저작권 때문에 나 같은 아마추어가 올린 음원을 일정 수수료를 내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 나한테 한 곡 당 몇 백 원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 만 원 정도 쌓였던 것 같은데 조금 하다가 말았다. 계산해 보니 의미 있는 수익을 만들려면 음원을 몇 백 개는 만들어야 해서, 우리나라에 유튜버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뭐 이런저런 핑계로(결국 흥미를 잃은 거겠지만) 그만뒀다.


그런 식으로 하다만 게 꽤 된다.


끈기가 없고 지구력도 미미하다. 유식한 말로 내적 동기부여가 약한 편이다. 그나마 글쓰기 하나는 꼭 붙잡고 있는데 이게 특히 좋은 것이 하나 있다. 콘셉트를 바꿔가면서 계속 ‘시작’ 할 수 있다는 거다. 직장인의 마음으로 썼다가 마흔 살의 마음으로도 쓴다. 그러다 지금은 그냥 에라 모르겠고 일단 GO를 외치는 심정으로도 써본다.


자꾸 ‘시작’ 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작심삼일을 삼일에 한 번씩 하면 되겠다는 말처럼, 나같이 시작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글쓰기 하면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영복 샘의 ‘처음처럼’이 있다. 어쨌든,


없으면 없는 대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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